엘레나 리바키나(23위·카자흐스탄)는 9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4천35만 파운드·약 642억3천만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위·튀니지)를 2-1(3-6 6-2 6-2)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카자흐스탄 국적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리바키나는 우승 상금 200만 파운드, 한국 돈으로 31억2천만원을 받았다.
올해 윔블던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아예 금지했는데, 공교롭게도 리바키나는 19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선수다.
태어나기만 러시아에서 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모두 러시아 사람이고, 리바키나 역시 2018년 6월 국적을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꿨다.
어릴 때 체조와 스케이팅을 했던 리바키나는 큰 키(현재 184㎝) 때문에 체조나 스케이팅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6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주니어 시절 러시아의 명문 테니스 클럽 스파르타크 등에서 훈련한 리바키나는 주니어를 마치고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해인 2018년에 국적을 카자흐스탄으로 바꿨다.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에서 미국 대학 진학 등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리바키나는 카자흐스탄 국적을 받아들었다.
이런 이유로 샤밀 타르피스체프 러시아 테니스협회장은 10일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리바키나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리가 올해 윔블던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자국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 윔블던에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였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한 셈이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아예 금지한 대회는 윔블던이 유일하다.
그러나 리바키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라며 "내가 태어난 나라(러시아)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바키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나를 믿어줬고, 많은 도움을 줬다"며 새 조국인 카자흐스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오늘 메이저 우승이 처음이라 많은 감정이 교차해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것 같다"며 "코트에서도 울음을 참았는데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마음껏 울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바키나는 이 대회 전에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8강이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고,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에서는 이번 윔블던까지 총 세 차례 우승했다.
이번 대회 서브 에이스 53개를 퍼부어 2위 카롤린 가르시아(프랑스)의 30개를 무려 23개 차이로 앞서 1위에 올랐고, 서브 최고 시속은 196.3㎞로 199.6㎞를 찍은 코코 고프(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강 서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