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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5인제 럭비대표팀의 주장 김광민(한국전력)은 9일 홍콩과 아시아 럭비챔피언십 결승전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홈인 인천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21-20으로 앞서 승리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홍콩 선수들을 막다가 페널티킥을 내줬고, 그레고르 맥니시에게 킥으로 3점을 헌납해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김광민은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킥을 차기 전에 느낌이 온다"며 "마지막에 왠지 상대가 (골을) 넣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페널티킥을 내준 순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 잡은 경기를 마지막에 내준 처지인데도 김광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는 홍콩전은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세계랭킹에서도 한국(30위)이 홍콩(22위)에 밀릴뿐더러, 대부분 영국계 선수들로 꾸려진 홍콩 선수단은 체격에서도 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마지막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홍콩에 대패를 당했다.
무려 3-64였다.
이날 김광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접전을 끌어냈다.
10-15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레드카드를 받은 상대의 수적 열세를 틈타 비어있던 왼쪽 측면으로 질주하며 팀의 두 번째 트라이(상대 진영의 인골 지역에 공을 찍어 득점이 인정되는 것)를 만들었다.
김광민은 "전반 상대가 거칠게 나오다 보니 선수들이 조금 당황했지만, 후반에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팀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이어 "3년 전 경기에서는 크게 졌다.
오늘 상대가 한 명이 없었지만 비등비등한 경기를 하며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광민과 달리 대표팀을 이끈 찰리 로우 총감독은 "한 10년은 더 늙은 것 같다"며 경기 내내 졸였던 심정을 드러냈다.
"일단 나는 지는 걸 아주 싫어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그는 "경기 전부터 마지막 10분에 모든 게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실수가 있었던 게 아쉽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로우 총감독은 "이 경기가 팀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다.
굉장히 좋은 경기"라면서 호평도 보냈다.
이어 "한국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럭비연맹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1969년부터 아시아 럭비 선수권대회로 치르다 2015년부터 지금의 대회로 변경됐다.
올해는 우리나라, 홍콩, 말레이시아가 출전했다.
그간 전신인 아시아 럭비 선수권대회에서 1982년을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 우승했지만, 2002년 이후로는 20년째 정상에 오르지 못한 한국은 이번에도 우승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이날 패배에도 "기적적인 일"이라며 "3년 전 대패했는데 오늘 점수 차는 21-23이 아니냐. 여기까지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제 한국 럭비는 7인제 럭비 월드컵에 집중한다.
이날 패배로 월드컵 진출이 좌절된 15인제와 달리 한국은 오는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7인제 월드컵은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2005년 홍콩 대회에서 최하위인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친 후 첫 진출이다.
최 회장은 "모레부터 (7인제 팀) 훈련을 시작한다"며 "오늘의 아쉬운 마음을 7인제 선수들이 승리로 갚아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