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프레이밍」청림출판
“케첩, 냉장고 어디에 넣으세요?”
적합한 사람과 나누는 간단한 대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상대방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에 마크 라마단(Mark Ramadan)과 스콧 노턴(Scott Norton)이라는 두 사업가가 케첩, 머스터드, 마요네즈를 포함한 조미료 제품군인 서 켄싱턴스(Sir Kensington’s)를 출시했다. 시장의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더 맛있고, 더 건강한 유기농 제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그 출발점이었다.

2년 후, 회사의 제품들은 잘 판매되고 있었고, 수요도 늘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케첩의 판매량은 떨어지고 있었다. 고객들은 항상 그 케첩의 맛을 아주 좋아했으므로 문제는 맛이 아니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줬던 것에 비해 사람들은 케첩을 적게 구매하고 있었다.

마크와 스콧은 그 상황이 케첩 용기의 디자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서 켄싱턴스의 목표였다. 그래서 모든 제품을 정사각형 모양의 유리병에 담아 판매했다. 소비자들은 짜서 쓰는 흔한 플라스틱 용기 대신 고급 머스터드를 연상시키는 튼튼한 유리병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제품의 판매량이 이를 입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케첩에는 효과가 없었다.

마크와 스콧은 케첩 용기만 더 전통적이고 익숙한 형태로 바꿔야 할지를 두고 열렬히 논쟁했다. 실제로도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 변화는 공급망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운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었다.

만약 이 결정이 틀렸다면, 이를 만회하는 데 1년도 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마크와 스콧은 옳은 판단이 무엇인지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첩 판매량이 저조한 진짜 원인을 찾아야 했다.

잠시 멈춰 대기업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떤 대응을 했을지 생각해 보자. 마케팅 책임자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몇 개의 포커스 그룹(시장 조사나 여론 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하도록 뽑은 소수의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을 모집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또는 회사 예산에서 심도 있는 민족지학(ethnography)적 연구에 몇 십만 달러를 배정해서, 대중의 생활 양상을 전문 연구원이 관찰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도움이 되는 통찰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은 대기업이 난관에 봉착할 때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고는 한다. 그러나 마크와 스콧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래서 그냥 아는 사람들, 즉 그들의 제품을 먹어본 고객들, 투자자들, 주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보내준 견본품을 먹어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직도 우리 집 냉장고에 있어요.”

이 반응을 들은 마크와 스콧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 사람은 몇 달 전에 케첩을 받았다. 케첩이 마음에 들었다면 왜 아직도 냉장고에 가지고 있는 걸까? 왜 지금까지도 다 먹지 않은 걸까?

두 사람은 이내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첩을 마요네즈나 머스터드와는 다른 방법으로 보관했던 것이다. 마크는 사람들이 머스터드와 마요네즈를 냉장고 가운데 선반에 놓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냉장고를 열 때마다 사람들은 머스터드와 마요네즈를 쉽게 발견하곤 했다. 그러나 케첩은 냉장고 문에 달린 바구니 모양의 선반에 주로 넣는 편이었다.

선반의 앞면이 투명한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반 앞면이 불투명한 냉장고에서는 서 켄싱턴스의 정사각형 모양의 케첩 병이 보이지 않는다.
“케첩, 냉장고 어디에 넣으세요?”
마크는 이렇게 말했다.

“병이 보이지 않으니 자주 꺼내지 않게 된 거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라잖아요.”

문제의 원인을 발견한 덕분에 두 사람은 용기를 교체하는 결정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더 키가 큰 새로운 용기에 담긴 케첩은 출시되자마자 50퍼센트 더 빠른 판매 속도를 보여줬다.

이처럼 여러 사람과 문제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리프레이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이 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 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확신과 잠시 거리를 두는 태도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혹은 상대의 말에서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도 있다. 현재의 목표와 해결책을 의심하고 재설정할 때 큰 도움이 될 방법이다.

“케첩, 냉장고 어디에 넣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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