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도쿄 올림픽 2연패 달성한 크라우저, 할아버지 영향 받야 투척 입문
육상 남자 포환던지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라이언 크라우저(30)는 할아버지의 집 마당에서 '올림피언'의 꿈을 키웠다.

크라우저의 할아버지 래리 크라우저는 창던지기 선수이자, 한국 전쟁(1950~1953년)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크라우저는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투척가(投擲家)의 족장'이라고 부른다.

그는 5일(한국시간)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크라우저는 "아주 어릴 때 할아버지 댁 마당에서 무언가를 던지기 시작했다"며 "마지막 기억은 또렷하다.

만 13세 때 포환을 던졌는데, 헛간 지붕까지 날아갔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댁 마당에서는 투척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크라우저는 축구,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을 즐겼다.

키가 크고 마른 아이였던 그가 육상을 시작하자 많은 코치가 "트랙 종목(달리기)이나 높이뛰기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크라우저는 투척 종목을 택했다.

또한, '우주'에 매료돼 과학 공부에도 심취했다.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던지며 '우주 비행사'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크라우저는 "지금은 키가 너무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간다.

키 201㎝, 몸무게 145㎏의 내가 우주 왕복선을 탈 수 있겠나"라고 웃었다.

여러 종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크라우저는 가족의 영향을 받아 포환던지기를 택했다.

할아버지 래리는 창던지기 선수였고, 아버지 미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원반던지기 예비 선수로 뽑힌 '전 국가대표'였다.

삼촌 브라이언은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창던지기에 출전했다.

또 다른 삼촌 딘도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 미국 대학 챔피언에 올랐다.

크라우저의 사촌 샘과 헤일리도 창던지기 선수로 뛰고 있다.

'투척 가족' 중 가장 빛나는 성과를 올린 선수는 라이언 크라우저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2m52를 던져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23m30의 올림픽 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크라우저는 지난해 6월에 치른 도쿄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23m37의 세계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역대 남자 포환던지기 1∼10위 기록 중 7개를 작성할 정도로 크라우저는 역대 최고 포환던지기 선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크라우저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도쿄올림픽이다.

그의 할아버지 래리는 지난해 7월 말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일본으로 건너간 크라우저는 우승을 차지한 뒤 '할아버지, 우리가 해냈어요'라고 쓴 종이를 번쩍 들었다.

크라우저는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할아버지를 기리는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다.

그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17년 런던에서는 6위에 그쳤고, 2019년 도하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크라우저는 "나는 오리건주에서 자랐고,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헤이워드 필드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다.

세계 기록을 세운 장소도 헤이워드 필드"라며 "이번 대회를 정말 기다려왔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했다.

물론 크라우저는 올해 세계선수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크라우저는 "난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다.

완벽에 가까운 포환던지기 선수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네 앞에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크라우저는 책도 놓지 않을 생각이다.

크라우저는 2016년 텍사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그는 "매일 5∼6시간 수업을 듣고, 2시간 더 개인 공부를 한 뒤 육상 훈련을 했다"며 "선수 생활이 끝나면 공부를 더 하고,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