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제한…배달앱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을 시켜먹기 위해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켜면 화면에 'A' 순두부집과 'B' 비빔밥집이 노출된다.
서로 다른 가게로 등록돼 있지만 두 곳의 메뉴를 보면 음식 이름, 가격, 사진이 똑같은 항목이 10여개에 이른다.
양사의 주소도 건물, 층수, 호실까지 똑같다.
A사의 메뉴 중 B사와 겹치지 않는 일부는 육개장집인 C사와 겹친다.
C사도 A, B와 소재지가 같다.
이처럼 주소와 메뉴가 겹치는 식당이 강남구 내에서만 10곳 넘게 검색된다.
모두 같은 대표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나온다.
앱 이용자에게 사실상 동일한 메뉴가 수차례 노출되는 상황인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상인들은 이들 업체 때문에 배달앱에서 자기 가게의 노출 빈도가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ㄱ'사(실제 업체명과 무관)는 강남의 한 건물 지하공간에서 80여곳의 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각 주방은 별개의 사업장으로 등록돼 있다.
ㄱ사 측은 "120평 규모의 공간에서 주방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고, 각 주방이 배달앱에 따로 등록돼 있다"며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앱에서 각 주방(가게)의 음식명과 사진은 대동소이하다.
앱 이용자로선 10곳 넘는 식당의 페이지에 들어가서 거의 똑같은 메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해당 지역의 다른 식당 메뉴를 접할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앱 이용자의 선택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인근 식당 점주들 역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가게 하나가 사업자 등록을 여러 건 해서 배달앱을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때문에 다른 가게들은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이 점주는 "한 사람이 한 장소에서 운영하는 가게는 배달앱에 한 번만 노출되는 게 정상 아닌가"라며 "1년 넘게 배달앱 측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방법이 없다'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법률상 문제가 없고 자사가 개입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업주가 적법하게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증을 제시하고 앱 내 입점을 신청하면 임의로 거절할 수 없다"며 "ㄱ업체의 경우도 업주 1명이 80여건의 영업신고를 받은 사례로, 식품위생법상 각 주방을 개별 사업장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서라도 배달 플랫폼 측에서 이와 같은 '중복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로 다른 식당에서 사실상 같은 메뉴를 팔고 있는 상황으로, 배달앱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형국"이라며 "법률상 문제가 없을지라도 플랫폼 측에서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적절하게 조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