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은퇴식 열린 3일 잠실 롯데전서 7회 2타점 결승 2루타
박용택(43)의 은퇴식을 맞아 LG 트윈스 선수들은 전원 박용택이 현역 시절 얻었던 별명을 하나씩 달고 뛰었다.

LG 4번 타자 채은성(32)이 선택한 별명은 '울보택'이었다.

현역 시절 유독 자주 눈물을 보였던 박용택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1로 맞선 7회말 2사 2, 3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린 채은성은 "워낙 눈물이 많기도 하고, 아까도 경기 전에 울고 계시기에 '또 우냐'고 물어봤다"고 '울보택'을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선발 임찬규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2회 터진 유강남의 적시타를 앞세워 1-0으로 앞서가던 LG는 7회초 정우영이 동점을 허용하며 박용택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 할 뻔했다.

결승타를 터트린 순간을 떠올리며 채은성은 "롯데 쪽에서 어렵게 대결하지 않을까 했는데 승부를 들어오더라"면서 "잘 맞았지만 제일 깊숙한 곳으로 가서 잡힐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다.

채은성은 은퇴식이 열린 날 LG의 승리가 절실했던 박용택과 뒷이야기도 하나 공개했다.

그는 "경기 전에 용택이 형이 무조건 이기라고 협박하더라"며 웃더니 "그래도 의미 있는 날이니 승리로 보답한 게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채은성이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한 2009년, 박용택은 타격왕을 차지했다.

그만큼 연차가 나는 대선배지만, 그가 기억하는 박용택은 언제나 편하게 물어보고 힘들 때는 기댈 수 있는 선배였다.

채은성은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몸 관리나 기술적인 것들을 많이 배웠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긴 시간 야구를 잘했던 선배의 멘털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박용택이 가장 아쉬워한 건 현역 생활 19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반지를 얻지 못한 거다.

채은성은 "안 그래도 경기 전 미팅에서 (박용택이) '우승 못 하고 은퇴한 선수의 설움을 알게 됐으니 후배들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더라"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