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기존 주담대 최고금리 5%로 낮추고 신규 최대 0.35%p↓
은행권 3∼5%대 예·적금 출시도 잇따라…예대금리차 7년7개월래 최대에 '눈총'
상반기 5대은행 정기 예·적금에 32.5조 몰려…역머니무브 가속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이례적으로 대출 금리를 계속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특판 등을 통해 연 3∼5%대까지 올리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급증하는 대출자들의 부담을 고려한 대책일 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이자 장사' 경고가 쏟아지고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가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나름대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수신(예금) 금리 인상은 하반기 기업 대출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다시 강화되는 건전성 기준 등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

상반기에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32조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몰렸는데,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서 은행 쪽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는 '역(逆) 머니무브'가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과 더불어 하반기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역 머니무브는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자장사 경고에 은행 '화들짝'…앞다퉈 대출금리↓·예금금리↑(종합)
◇ 신한,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도 내놔…하나도 "금리인하 등 취약차주 방안 검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번주(4∼8일)부터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5%포인트(p), 0.30%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아울러 금리 상승기에 커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취약 차주(대출자) 프로그램'도 이달 초 가동할 예정이다.

우선 6월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하고 5% 초과분은 은행이 대신 감당한다.

예를 들어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6%인 경우 5%는 차주가 부담하고, 0.6%는 신한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연간 금리 상승폭 0.75%포인트 이내로 제한한 상품)을 신청하는 대출자에게는 원래 고객이 부담하는 연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신한은행이 1년간 내주기로 했다.

'연소득 4천만원 이하,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의 조건을 갖춘 전세자금대출자를 대상으로 금융채 2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출시한다.

일반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 변동금리 상품인데, 사실상 2년 단위 고정금리 상품을 내놔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이와 함께 대표적 서민 지원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신규 금리도 연 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금융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 분할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담보, 전세자금 등 주택관련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했다.

결국 우리은행 전체 등급의 가산금리가 1.5%포인트씩 낮아진 것과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도 같은 달 22일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인하했다.

◇ 7월에도 신한·농협, 3∼4%대 정기 예·적금 출시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와 반대로 예·적금 금리의 경우 계속 올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창업 40주년'을 맞아 특판 상품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을 내놨다.

10만 계좌 한도로 출시된 페스타 적금은 주(週)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고 금리가 연 4.0%에 이른다.

1년제 정기 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연 3.2%)도 3%를 넘고, 최대 가입 가능액은 1억원이다.

역시 1조원 한도가 정해진 특판 상품이다.

NH농협도 오는 11일께 우대금리 0.4%포인트(p)를 포함해 금리가 연 3%대인 정기예금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우리은행은 최고 금리가 연 3.20%인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2조원 한도로 내놨는데, 불과 6일 만에 소진돼 같은 달 28일 한도를 두 배인 1조2천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1일 현재 한도까지 1천437억원만 남아 두 번째 소진이 임박했다.

같은 달 17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연 5.0% 금리의 '코드K 자유적금' 10만 계좌도 10일 만에 모두 팔렸다.

이처럼 6월 두 차례 선보인 5%대 금리 적금 특판에 힘입어 수신(예금)이 한 달 사이 8천500억원이나 늘자 케이뱅크는 이달에도 특판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 "정치권 압박 없다면 거짓말…어려운 차주는 은행 자율적으로 도와야"
이처럼 은행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적금 금리를 높이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지나친 예대금리차(마진)에 대한 금융당국, 정치권,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거론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천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총수신(예금) 금리는 1.08%, 총대출 금리는 3.45%로 예대마진은 2.37%포인트 수준이다.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런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한 시중 은행장은 "정치권의 압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경제 연착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의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운 차주 등은 당연히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나서서 도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금융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표] 5대 은행 여·수신 잔액 추이
(단위: 억원)
┌─────────┬─────────┬────────┬────────┐
│ │2021년 12월 말 │2022년 6월 말 │ 변화폭 │
├─────────┼─────────┼────────┼────────┤
│가계대출 │7,090,529 │6,996,521 │-94,008 │
├─────────┼─────────┼────────┼────────┤
│기업대출 │6,358,879 │6,737,551 │378,672 │
├─────────┼─────────┼────────┼────────┤
│정기 예·적금 │6,900,366 │7,225,602 │325,236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기업대출 자금조달·건전성 측면에서도 예금 필요…수신금리 인상 경쟁 지속
아울러 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줄었다지만, 기업대출이 계속 늘고 있어 예·적금 유치를 통해 하반기 대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73조7천551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7조8천672억원이나 불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709조529억원→699조6천521억원)이 9조4천8억원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기업대출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가계대출도 전세계약 갱신 주기 도래 등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자금을 조달해둘 필요가 여전히 있다"며 "따라서 최근 은행권에서는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특판을 진행하는 등 수신고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원 조치 때문에 완화된 건전성 기준이 다시 원래 수준으로 강화되는 점도 변수다.

금융지원을 전제로 금융당국이 예대율(은행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의 기준을 낮춰줬는데, 이제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다시 기준이 정상 수준으로 복원되면서 수신(예금)을 늘릴 필요가 커졌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예대율의 경우 5%포인트 범위에서 100%를 벗어나도 용인해주고, LCR도 80%에서 70%로 하향 조정했다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판 등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요인들로 은행들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수신금리 인상 등을 통해 예·적금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690조36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22조5천602억원으로 6개월 사이 32조5천236억원이나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