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경북 포항 등 올해 첫 열대야
농촌 지자체들, 고령 주민 건강 관리·가축 보호에 안간힘
가뭄 속 때 이른 폭염 강타…전국 곳곳 신음
경북 포항에 사는 60대 주민 A씨는 지난 밤 열대야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A씨는 "6월 중순에 열대야를 겪은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항에서 열대야가 처음 발생한 것은 7월 12일로 올해는 무려 24일이나 빨리 나타났다.

20일 영·호남 지방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속속 발령되면서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등 각종 작업장에서는 인부들이 기온이 최고조에 이르는 오후 2시를 전후한 시간에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있다.

인부들은 얼음이나 냉수를 섭취하는 등 더위 피하기에 안간힘이다.

농촌지역에서는 감자 캐기, 고추밭 거름주기 작업 등을 하는 농부들이 뙤약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시간을 피해 일을 하고 있다.

닭이나 돼지, 소 등 가축들도 더위에 취약하다.

축산농가에서는 축사나 양계장 안팎에 안개 분무 시설을 가동하거나 대형 선풍기를 트는 등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가뭄 속 때 이른 폭염 강타…전국 곳곳 신음
지자체들은 갑작스러운 6월 폭염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고령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곳이 많은 전남지역에서는 각 지자체가 논·밭 작업자들에 대한 폭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땡볕에서 무리한 작업을 하지 않도록 마을 이장 등을 통해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 작업자들의 건강을 확인하거나 음수 권고, 작업 중지 권고 등을 하고 있다.

또 차량을 이용한 가두방송이나 마을 방송 시스템, 문자 메시지를 활용해 폭염 상황과 행동 요령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고 드론을 동원한 예찰 활동도 시작했다.

강원도 원주시는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200가구를 대상으로 창문형 에어컨을 지원하는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경남도는 올해 폭염일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폭염 대응 특별전담팀 체계를 인명피해 예방반과 재산피해 예방반으로 개편했다.

또 도내 18개 소방서에 배치된 구급차 112대와 펌뷸런스(구급 활동 기능을 갖춘 소방펌프차) 100대를 활용해 폭염 구급대 운영을 시작했다.

이 밖에 논밭에서 일하는 고령층 보호를 위해 읍·면·동 담당공무원과 이·통장, 자율방재단 등 예찰 인력이 나서 폭염 취약시간대 현장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가뭄 속 때 이른 폭염 강타…전국 곳곳 신음
경기도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대책 기간으로 정해 폭염 대비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4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그늘막, 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저감시설을 지난해 7천984곳에서 올해 9천520곳으로 확대한다.

또 취약 노인 안부 전화 및 방문 확인, 노숙인 밀집지역 순찰, 건설노동자 무더위 휴식 시간제(오후 2∼5시) 권고, 저소득층 홀몸노인 냉방기기 설치 등도 지원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폭염대책 기간에 구급차 275대와 펌뷸런스 250대를 활용해 온열질환자 발생에 대비 폭염 구급대를 운영한다.

구급차에는 얼음조끼와 생리 식염수, 정제 소금, 폭염과 관련한 응급 물품 9종을 구비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관광객들을 위한 양산 배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대공원, 대왕암공원, 간절곶공원 등 지역 주요 관광지 7곳에 7∼9월 '양심양산' 1천600개를 비치할 예정이다.

최진곤 울산시 자연재난담당은 "양산 아래 온도는 주변보다 7도 가량 낮고, 체감온도는 10도 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관광객들이 폭염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정인 박영서 한지은 권준우 허광무 김용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