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경매물건이 2009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매물건이 대폭 줄었음은 물론이려니와 낙찰가율을 비롯해 낙찰률, 입찰경쟁률 등 경매시장의 부침을 가늠할 수 있는 3대 지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한해였다.
불황일수록 빛을 발하는 재테크 수단이 경매라고 했지만 올해는 유독 경매마저 힘을 못 쓰고 있는 양상이다. 경매물건이 줄어든 것만을 제외하고는 좋은 가격, 낮은 경쟁을 통해 낙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언제 풀릴지 모를 정도로 침체돼있는 매매시장의 여파를 경매시장도 비켜가지 못한 탓이다.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까? 아니면 거래정상화를 위해 내놓았던 2010년의 8.29대책 영향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까? 2010년 한 해 경매시장이 어떤 경향들을 보였고, 이에 따른 2011년 경매시장의 흐름 내지 투자전망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2010년 경매시장 결산]
1. 경매 모든 지표 ↓ - 우선 경매물건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급감했다. 경기침체, 부동산거래 위축, 금리인상 등으로 경매물건이 2009년 33만7600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09년보다 11.2%가 줄어든 29만9800건만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는 경매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래 경매물건이 가장 적었던 2002년(30만5천건)보다 적은 역대 최저 물량이다.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입찰경쟁률 등 경매시장 3대지표도 모두 하락했다. 2010년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67.13%로 2009년 69.2%보다 2.07%p가 빠졌으며, 특히 수도권 낙찰가율은 70.07%로 2001년 66.62% 이후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국 평균 낙찰률은 2009년 30.76%에서 29.31%로, 입찰경쟁률은 같은 기간 3.6대 1에서 3.5대 1로 하락했다.
3대지표의 하락은 전국(-2.07%p)보다는 수도권(-3.18%p), 서울(-4.33%p)로 압축될수록 하락폭이 더 커졌고, 특히 버블세븐지역(-5.09%p)이나 강남권(-4.14%p)으로 갈수록 더욱 커졌다. 아무래도 근래 집값 하락세가 중소형보다는 대형에서 심하게 나타났던 탓에 대형주택이 많은 이들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방시장의 호황과 11월부터 보이기 시작한 수도권 회복세가 하락폭을 둔화시켰다.
2. 주택시장 추락 - 2010년은 내내 주택 종목이 화두가 됐다.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정도로 침체가 심했던 데다 전세가마저 폭등해 주택시장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매시장에서도 아파트나 연립ㆍ다세대는 찬밥 신세나 다름없었다.
아파트의 경우 지방시장 호조에 힘입어 나름 선방하면서 2009년(81.25%)보다 2.04%p 하락한 낙찰가율(79.21%)을 보였지만 수도권은 2009년 84.14%에서 79.53%로 4.61%p 급락했다. 2004년 78.18%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100%를 상회했던 수도권 연립ㆍ다세대 평균 낙찰가율은 2009년 87.46%로 떨어진데 이어 2010년 81.29%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경향은 중대형 평형이 많았던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3. 투자패턴의 변화 - 2010년 경매시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던 투자패턴이라고 한다면 그간의 주거용 투자 중심에서 임대수익형 부동산, 특히 오피스텔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이다. 상가의 경우 실물경기회복지연으로 반등에 실패했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시장 불안, 전세가 급등 영향으로 주거 대체 수단으로서 오피스텔 인기가 치솟음에 따라 수도권 낙찰가율이 2009년 66.66%에서 70.67%로 4.01%p가량 상승했다.
그간 시세상승력이 컸던 중대형주택에 대한 인기가 많았던 반면 2010년 들어서는 중소형아파트 인기가 중대형을 앞질렀다는 것도 또 하나의 패턴으로 들 수 있다. 일반 주택시장에서 재건축, 주상복합 등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 소재 중대형주택 매매가 하락이 중소형보다 큰 폭으로 이루어진 데에 따른 패턴으로 볼 수 있다.
[2011년 경매시장은?]
1. 경매물건 증가할 듯, 금리가 최대 변수 - 당초 예상을 벗어난 2010년의 경매물건 급감은 2%대의 초저금리기조 유지, 그간의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담보가치 증가 등으로 보유의지가 강해진 데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금리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2010년 7월 9일, 17개월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금리인상이었지만 2%에서 2.25%로 0.25%p 인상된 것에 불과한 탓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매물건 증가 여파는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낮은 금리인상이라고 해도 자주 인상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이미 11월에도 0.25% 한차례 추가 인상됐고, 2011년에는 경제회복 및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잦은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금리인상은 경매물건 증가로 직결된다.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했다면 이자 상환내지 원리금상환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결국 경매시장으로 내몰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실물경기의 더딘 회복, 부동산시장의 여전한 침체가 더해지는 경우 경매물건은 최소한 2009년 수준(33만7천건)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지속하고 금리상승이 더딘 경우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돼 올해 수준으로 경매물건이 유지되거나 그 이상 감소할 여지도 없지 않지만 현재의 침체된 상황이 쉽게 풀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
2. 3대지표의 상승, 8.29대책 효과 지속 여부가 관건 - 경매시장은 장기보다는 단기투자자가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부동산시장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경매시장 3대지표(낙찰가율, 낙찰률, 입찰경쟁률)의 하향 기조는 201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다만 2010년 8.29대책 이후부터 지역적으로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중소형 아파트를 낙찰받기 위해 입찰자들이 경매시장을 다시 찾으면서 3대지표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특히 실수요자 중심의 중소형아파트에 초점을 둔 8.29대책의 주요 지원대책(주택자금지원, DTI 한시적 폐지)이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이 시점까지 집중적으로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3대지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ㆍ다세대 및 오피스텔이나 토지 등 다른 물건에까지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2011년 3월 이후 8.29대책의 정책 시한 종료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시 위축될 소지가 있어 경매시장 역시 2/4분기부터 침체를 보일 수 있다. 경매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경매물건 증가, 3대지표 하락 등 경매에 대한 메리트가 부각될 수도 있는 시점이다. 2/4분기 이후 한동안 경매시장이 위축되다가 3/4분기 말부터 가격(낙찰가) 경쟁력을 이유로 경매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3대지표가 재차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2011년 투자 포인트는 중ㆍ대형 아파트 및 연립ㆍ다세대, 오피스텔 - 2010년 낙찰가율이 거의 바닥을 형성했다고 봐도 될 종목들이다. 부동산침체로 인한 가격하락이 중소형보다는 주로 중ㆍ대형아파트에서 큰 폭으로 이루어졌고, 연립ㆍ다세대 역시 2005년 이후 5년만에 최저점을 형성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낙찰가율이 저점을 형성할 정도라는 것은 향후 반등 가능성만 남겨둔 상태라는 것, 그리고 입찰자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투자여건이 조성됐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경기회복 시의 시세상승력, 저렴한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 재건축ㆍ재개발 및 리모델링의 호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ㆍ대형(재건축)아파트 및 연립ㆍ다세대에 대한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밖에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이로 인한 주변 토지 규제완화, 택지개발 및 신도시 개발에 따른 주변 토지 수요 발생, 토지보상에 다른 대토수요 발생 등 토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토지경매시장으로 입찰자들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토지도 수도권의 경우 70%대, 전국적으로 60%대에 낙찰가율이 형성돼 있어 가격경쟁력과 아울러 투자메리트가 있는 종목이다. 다만 갈수록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들이 많아짐에 따라 경매 취득 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임대수익형 부동산으로서의 오피스텔은 내년에도 인기를 꾸준히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택시장이 올해만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올해보다 40%가까이 줄어드는 수도권 입주물량 여파로 전세난이 여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피스텔은 주택의 대체재로서 주택시장의 부침에 따라 영향을 받는 상품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호ㆍ불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같은 임대수익형 상품이지만 상가 투자는 당분간 접어야 할 것 같다. 낙찰가율이 55% 내외로 거의 반값을 형성하고 있지만 수치상 보여주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달리 실물경기침체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재개발구역내 대형 주상복합상가나 테마상가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상가시장에 악재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동인구나 상주인구 및 접근성 등이 양호한 상권이면서 영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내 상가가 아니면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지금 가격이 저점임을 이유로 실물경기회복 및 경기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 안목에서 선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모를까!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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