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일 시행된 민사집행법 제103조에 명문화되었으며, 2004년 11월 창원지방법원에 처음 도입된 후 서울에서는 같은 해 12월에 서부지방법원이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입찰자로서는 거액의 현금을 소지하여야 한다는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고, 원거리 입찰자들이 거리나 교통편에 구애됨이 없이 입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간입찰제는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기간입찰제를 실시하는 법원도 그리 많지가 않다. 경매의 저변인구 확대를 위해 도입된 기간입찰제가 4년이 지나도록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 수 있겠다.
기간입찰제는 재미가 없다?
오랫동안 법원현장 입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기간입찰, 그것도 우편입찰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다. 특히 기간내 우편입찰이나 집행관에게 접수하는 형식의 입찰방식은 기일입찰처럼 정해진 1시간내에 입찰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막판 1분여를 남길 때까지 눈치 작전을 치열하게 전개할 정도로 시간을 조이는(?) 긴장감이 없다.
또한 기간입찰제는 기일입찰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예컨대 고가낙찰, 입찰무효, 입찰자간 신경전, 입찰 풍경, 입찰실습 장면 등을 볼 수가 없다. 즉 기간입찰제는 여러모로 기일입찰제보다 재미가 없다. 본인이 입찰하기 위해서는 입찰자의 주민등록등본도 첨부하여야 하고 입찰보증금 납부 증명서(입금증명서 또는 보증보험증서)를 동봉하여야 하는 등 입찰절차도 기일입찰보다 더 복잡한 면도 있다.
기일입찰제보다 오히려 더 불편하다?
기간입찰제 도입 취지는 원격지 거주자에게 우편 입찰을 허용함으로써 입찰법정에 가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더불어 경매인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실 기간입찰제하의 입찰과정에서 경매법원 방문해야 하는 횟수는 기일입찰제의 그것보다 더 많다.
기일입찰제는 입찰표 교부, 입찰 및 개찰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경매법정에 1회 방문하는 하는 것으로 입찰과정이 종료된다. 그러나 기간입찰제에서는 입찰표를 교부받기 위해 법원을 방문해야 하고, 입찰이 이루어진 후 별도의 개찰기일(매각기일)에 또 한번 입찰법정을 방문해야 하는 등 입찰과정에서 최소한 2회 법원에 들러야 한다.
특히 기간내 우편으로 입찰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관에게 직접 입찰표를 제출하려 하는 경우에는 3회 이상 법원을 방문해야 한다. 입찰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기간입찰제가 오히려 기일입찰제보다 더한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보증보험증서 발급이 너무 까다롭다?
기일입찰제에서 입찰보증금 납부는 현금(또는 수표)를 입찰자가 직접 납부하고 낙찰 후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납부한 입찰보증금은 몰수당하게 된다. 대금미납으로 인한 보증금 몰수에 대한 피해를 낙찰자가 직접적으로 입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간입찰 방식에서는 입찰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지정한 은행에 보증금 납부하고 발급되는 법원보관금영수필통지서를 입금증명서에 첨부하거나 입찰보증금보험에 가입하고 발급되는 보증보험증서를 기간입찰표와 함께 입찰봉투에 동봉하여 접수하면 된다.
입찰보증금으로 현금을 소지하여야 하는 기일입찰제와 달리 입금증명서나 보증보험증서로 보증금 납부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입찰자들의 현금 소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보증보험을 이용하는 사례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던 추세다. 소액의 보험료만 납부하면 발급되는 보증보험증서로 입찰보증금 납부를 가름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저경매가가 5억원인 아파트에 입찰하고자 할 때 입찰보증금 5천만원의 0.5% 기본요율을 적용한 25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보증보험증서가 발급된다. 입찰자의 보증금 부담이 매우 완화된 셈인데, 바로 보증보험 도입 후 이러한 점을 악용한 사례들이 종종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증보험을 이용하여 입찰하여 낙찰을 받고도 일부러 대금납부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경우 몰수되는 입찰보증금(최저경매가의 10%)은 보증보험사가 납부하게 되고 보증보험사는 보험가입자에게 별도의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인데 작정하고 사고(?)를 친 것이라면 낙찰자로부터 채권을 회수하기도 만만치 않다. 기일입찰제와 달리 대금미납으로 인한 피해가 낙찰자가 아니라 보증보험사에게 직접 전가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보증보험 가입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찰자외 다른 사람의 신원보증까지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입찰자의 보증금 부담을 완화해주고 더불어 경매대중화를 위해 도입됐던 보증보험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는 셈이다.
기간입찰물건이 많지가 않다?
기간입찰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에는 기간입찰물건이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2009년 2월말 현재 기간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는 법원은 전국 54개 법원중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비롯하여 6개 법원 9개 경매계에 불과하다. 기간입찰제 도입 후 2006년말 기준하여 전국 11개 법원 50개 경매계에서 기간입찰제를 도입한 것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들 법원에서 나오는 기간입찰물건도 2008년 한해 6,760건으로 전체 경매물건의 약 1~3%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그런 것은 물론이려니와 기일입찰제보다 편리성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이렇다할 장점이 없는 기간입찰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경매법원에서도 그리 적극적이지가 못한 탓이다. 다만 기간입찰제 물건에 관심을 갖고 입찰을 일삼는 입찰자로서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기간입찰물건이 입찰경쟁률(2008년 기준 3.4대1)이 그리 높지 않아 낙찰성공률이 높은 것도 그렇지만 낙찰가율(2008년 기준 71.13%)도 낮아 기일입찰물건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