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낙찰 받은 부동산의 내부에 있는 압류, 가처분된 물건은 소유자 없이 경락인 스스로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별도의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매 처분된 부동산의 소유자(채무자)가 짐만 놓아두고 행방을 감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건물 내 압류동산은?

서울 역삼동에 사는 ○○씨는 경기도 안산에 소재하는 감정가 3억7천만 원에 평가된 지하1층 지상2층 건물을 1억8천만 원에 낙찰 받았다. 낙찰시점으로 보면 감정평가 된 지 1년이 경과하여 저평가된 상태로 당장 매각해도 5억 원은 받을 수 있는 ‘우량물건’이었다.
비록 건축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왕복 2차선 도로에 접해있고, 도시계획상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지정된 물건이라 기존 건물을 멸실하고 신축할 경우 상당한 투자수익이 예상되는 물건이었다.
입찰 전 법원 집행기록과 현장조사까지 마친 터라 별 생각 없이 잔금을 완납한 상태다. 현장을 방문하여 내부를 살펴 본 후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소유자는 이미 행방을 감춘 지 오래되었고, 건물 내부에 산재된 각종기구 및 가구에 ‘압류물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장방문 시 건물 내부까지 보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불찰이었다. ○○씨는 즉시 법원에 인도명령 신청을 함으로써 집행관 입회 하에 건물 지하창고에 이 물품들을 보관토록 했으나 소유권을 넘겨받은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저 쌓아두고만 있는 실정이다.
보관비용이 들지 않고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그냥 두고 있기는 하지만 나중에 물건주인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킬까봐 처분도 하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도 사용가능한 지하공간을 썩히고 있는 것이다.

가처분 풀고 동산경매

또 다른 사례로는 부산시 남포동에 거주하는 ○○씨는 경락받은 아파트 내의 동산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씨는 얼마 전 부산 영도구 청학동 소재 한 아파트를 경락받아 잔금을 납부하고 현장을 방문한 후에야 소유자의 가재도구가 ‘가처분’된 채 그대로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처분권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경락자가 대신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은 물건을 처분하지 않겠다며 생떼를 쓰는데다 소유자는 행방불명 상태인 것. ○○씨는 아직 법원에 ‘인도명령’ 신청을 못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막막한 심정뿐이다.
이처럼 경락받은 물건에 ‘압류’ 또는 ‘가처분’된 동산이 있을 때, 소유자가 있는 경우에는 인도명령으로 물건을 가져가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명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길거리로 몰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권리당사자들과 협의가 가능하다면 가처분을 풀고, 압류된 물건의 경우에는 인도명령 전에 동산경매를 신청, 경락받은 건물에서 ‘동산경매’를 진행해 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처리비용 등의 문제로 권리자가 처분을 꺼릴 경우 또는 소유자가 행방불명 상태일 때는 집행관이 정하는 제3의 장소에 물건을 보관해야 하며 보관료는 경락인이 부담하게 된다.
이 경우, 경락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물건을 보관하고 동산권리자에게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취지로 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통상, 이 때 합의가 이루어지지만 간혹 소송으로 비화되어 이중고를 겪게 되기도 한다.
압류동산 처분 시 권리 당사자들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즉 3개월이 지나도록 압류권자가 동산을 처분하지 않으면 법원은 이러한 물건의 적체를 해소시키기 위해 압류권자에게 최고 2번까지 처분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 때 경락자는 ‘보관임대료’ 채권으로 다시 해당 동산을 압류, 경매 신청하는 방법으로 처리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처분된 동산의 경우 권리자와 협의가 안 된다면 특별한 해결 방법 없이 소송으로 처리하는 방법뿐이어서 경락인의 재산권행사에 침해를 당할 우려가 크다.

남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서는 안 돼

참고로 폐문된 채 소유자가 도주한 경우 ① 법원의 인도명령이 떨어지면 경락인은 2인 이상의 성인남녀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② 집행관 입회하에 문을 열어야 하며 ③ 보증인이 없을 경우에는 경찰관이나 동사무소 직원 1명을 입회시켜도 무방하다.
이때 건물 내부에 있는 소유자의 짐은 집행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경락인이 보관하여야 한다. 통상의 경우에는 해당물건의 지하창고 또는 마당, 옥상 등에 보관하고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천막 등으로 덮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관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창고라도 임대해야 하며 그 비용은 경락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물건에 대한 처분은 통상 경락인이 몇 개월간 보관하다가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경매 처분 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다.
민사집행법이 민사소송법에서 분리 제정되어 강제 집행 절차가 수요자(응찰자) 중심으로 대폭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유권이전 등기까지 마친 경락인(소유자)이라도 임의로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없는데, 하물며 응찰자가 경매부동산 내부에 들어가 동산에 대한 ‘압류’나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여부를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응찰자가 경락 후 입게 될 시간적,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예방 할 수 있는 현행법상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은 집행관의 ‘현황조사’시 동산에 대한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응찰자에게 미리 알리는 방법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 전국 경매법정에 가보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물건 당 응찰자수가 10명 이상, 심지어 2~30명인 물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결국, 응찰자가 많다보게 낙찰가도 상식적으로 상상 할 수 없는 금액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이른바 ‘돈이 되는’ 물건들인데 낙찰가가 비상식적으로 높아지다 보니 결국은 돈이 되는 물건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물건이 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고 싶은 말은 ‘남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서는 결코 돈이 되지 않는다’ 는 것이다. 너도나도 재테크가 화두인 시대, 패러다임의 전환, 경매부동산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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