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맡긴 건축주가 공사도중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도내면 시공한 공사업자는 건축주를 상대로 어떻게 대처해야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한편 건축주는 시공사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했는데, 시공사가 하도급업체에게 하청을 주어 일을 시키고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도냈다면 하도급업체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필자가 관련 소송을 다수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실제 공사현장에 빈번히 있는 일임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여 받을 수 있는 돈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법률적인 대처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한다.

■ 건축주 부도 시

건축주가 공사대금을 미지급한 상태에서 부도를 내는 경우도 많다. 부도낼 지경이면 달리 확보할 만한 건축주의 재산이 없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공사업자도 연쇄부도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럴 때 공사업자로서는 공사대금을 포기해야 할까. 건축주가 부도 내고 돈이 한 푼도 없으니 포기해야 할 것 같지만 돈 받을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유치권(留置權)을 행사하면 된다.

유치권의 개념을 부동산에 한정해 보면,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그 부동산에 관해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건설업체는 이 유치권을 제대로 행사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경매로 낙찰되려는 무렵에야 어디선가 듣고 비로소 유치권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데, 이는 '버스가 지나고 난 뒤에 손을 드는 격’이다.

왜냐하면 유치권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이뤄지기 전’부터 점유를 해야 인정되는 권리다.

즉 경매기입 등기가 이뤄지면 압류의 효력이 생기고,압류에는 '처분금지효’가 있어 그 후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하는 행위는 이 처분금지효에 저촉돼 무효로 되기 때문이다.

이 유치권을 제대로 행사하기만 하면 공사한 부동산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든 매매로 넘어가든 건축주가 아닌 매수인에게서 공사대금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건축주가 부도났을 때 공사업자가 공사대금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음의 점은 꼭 실행에 옮겨야 한다.

먼저 부도날 기미가 있으면 언제 부도가 나서 경매신청이 될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관련 금융기관이나 관련자에게 수소문하여 적어도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되기 이전부터 현장에 잠금장치를 하고, 사람을 상주시켜 출입을 통제하는 정도의 점유를 시작하여야 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고문이나 플래카드를 현장에 게시하는 등 유치권 점유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컨테이너 등을 두고 직원이나 고용인을 상주(매일 근무하고, 근무일지 작성 필요)시키거나 경비용역업체에 경비를 맡겨야 한다. 경비용역비 아끼려다 수십억 원을 그냥 날리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유치권 행사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드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낙찰 후 매수인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비용을 감수하면서 계속 점유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사대금채권의 시효가 3년이므로 완공 후 3년 이내에 공사대금청구소송을 해, 판결을 받아 두거나 가압류라도 해 둬야 시효중단이 된다. 마지막으로 유치권을 행사했는데도 매수인이 돈을 주지 않으면 '유치권에 기한 경매를 신청해 돈을 받을 수 있다.






■ 시공사 부도시

건설경기가 부진해지면 아파트 등 대형건설현장의 시공사(원사업자)들이 부도남으로써 하도급받아 공사한 업체(수급사업자)들이 연쇄도산하거나 공사대금회수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해 진다.

부도난 시공사들이 공사를 맡긴 발주자(건축주, 시행사 등)로부터는 공사대금을 받았으나 하도급업체들에게는 어음을 끊어주고 그것마저 부도냄으로써 공사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하도급업체도 양산된다. 이런 경우 하도급업체들로서는 어떻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

통상 시공사가 부도날 경우 발주자가 부도난 시공사로부터는 공사포기각서를 받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승계시키게 되는데, 이때 원활한 공사재개를 위해 기존의 하도급업체들에 어느 정도 공사비를 보전해 주고, 공사승계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해결책이 가장 원만하기는 하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실적으로는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도급업체들로서는 일단 시공사 부도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히 채권단을 구성하고, 운영규정을 정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 유치권 행사가 가장 강력한 대책!
그리고 곧바로 공사대금채권에 기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공사현장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이전부터 점유를 계속해야 하므로, 공사를 하던 중이거나 공사완료 후라도 공사대금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나머지 내용은 위 건축주 부도시의 내용 참조)

대법원 판례는 시공사 부도시 하도급업체들의 목적물에 대한 유치권주장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발주자로서는 유치권이 인정되는 한 공사대금채권을 변제하지 않고 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결국 변제를 하거나 공사를 승계시켜 주는 방법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 건축주에 대한 직접지급청구권 행사!
이처럼 유치권주장으로 발주자와 협상을 해 보고 안 되면, 해당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발주자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직접지급을 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하수급업체가 시공사로부터 하도급 공사대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공사가 부도난 경우, 유치권 주장 외에도, 발주자(건축주)에 대하여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14조가 규정하는 공사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시공사가 부도난 경우 하수급업체로서는 시공사를 대위하여 발주자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하거나, 회생(파산)채권으로 신고하여 배당받을 수밖에 없음이 원칙이나, 영세한 하수급업체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효력이 있는 직접지급청구권을 부여한다.

위 하도급법 14조는 '원사업자(시공사)가 지급정지·파산 그 밖의 사유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로서 하도급업체가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위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발주자의 원사업자(시공사)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14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여 하수급업체가 공사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했으나, 발주자가 아직 지급하지 않은 동안 시공사의 채권자가 시공사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 또는 가압류한 경우에 하수급업체와의 사이에 누가 우선하느냐가 문제된다.

하수급업체의 직접지급청구로 인한 발주자의 시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의 소멸시기에 대하여, '발주자가 실제 지급한 때 소멸한다'는 실제지급시설과 '직접지급청구를 한 때 소멸한다'는 직접지급청구시설이 대립하는데, 실제지급시설에 의하면 시공사의 압류 또는 가압류채권자가 우선하게 되고, 직접지급청구시설에 의하면 직접지급청구시에 시공사의 공사대금채권이 소멸하고 하수급업체에 공사대금채권이 귀속되므로 압류나 가압류는 대상채권이 없어져 하수급업체가 우선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하도급법 14조 2항이 특별히 하수급업체의 공사대금채권을 우선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직접지급청구시설이 법규정의 취지에 부합한 타당한 해석이고, 대법원도 종래 실제지급시설을 취한 듯한 태도를 바꿔 직접지급청구시설을 취한 판시를 한 바 있다.(대판 2007다50717)

따라서 하수급업체로서는 적어도 부도 즉시, 내용증명우편으로 공사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발주자에게 통고를 해 두어야 시공사의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지급받을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 건축주, 시공업체, 하도급업체 3자간 직접지급합의가 있는 경우

그런데 발주자(건축주)·시공업체·하청업체(하도급업체) 등 3자 사이에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직접 하청업체에 지급하기로 미리 3자간 합의한 경우엔 발주자가 직접 지급합의로써 시공업체의 다른 압류(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2가지 경우로 나누어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85267 판결)

먼저 직접지급에 합의한 3자들의 의사가 도급계약에 따라 실제 공사가 시행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시공업체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 자체를 하청업체에 이전해 하청업체만 발주자에게 공사대금청구를 하겠다는 취지라면 이는 시공업체가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미리 하청업체에 양도한 것이 되므로 채권양도에 대해 발주자의 승낙이 내용증명 등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에 의해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지급의 효력을 시공업체의 다른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봤다.

다음으로 직접지급에 합의한 3자들의 의사가 하청업체가 하도급 계약에 따라 실제시공 또는 완공한 범위 내에서 발주자가 그 공사대금을 시공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는 취지라면 ‘3자간 합의시점’이 아니라 ‘하청업체가 실제 시공 내지 완공한 시점’에 그 기성고 범위 내에서 직접 지급의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그렇다면 발주자가 3자간 합의에 따라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을 한 점을 시공업체의 다른 채권자에게 대항하려면 전자의 경우 시공업체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압류통지를 받기 전에 3자 합의에 의한 채권양도 사실을 양도인인 시공업체가 채무자인 발주자에게 내용증명 우편 등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로써 통지해 도달돼야 한다.

한편 후자의 경우에는 채권양도 통지절차는 필요 없고, 시공업체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압류통지가 발주자에게 도달한 시점까지의 기성고만 입증하면 실제 돈이 지급되기 전이라도 그 금액만큼 직접지급의 효력이 생겨 우선할 수 있다 할 것이다.


★ 한편 부도난 시공사가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간 경우 회생회사를 상대로 청구할 방법은 없을까?
하도급업체들의 기성공사대금채권은 기본적으로 회생채권일 수밖에 없어 회생계획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단 회생회사의 관리인이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나 해지를 선택하지 않고 기존채무의 이행을 선택했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공익채권이 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4다3512,3529판결)

그런데 시공사가 부도나자 하도급업자가 건축주에게 직접지급청구를 한 후 시공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회생계획인가가 난 경우 하도급업자는 회생계획에 따라 감축돼 인정되는 회생채권(원금의 50% 및 이자의 100%가 면제됨)의 범위에 한해 건축주에게 직접지급청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시공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인가되어도 하도급업자에게는 효력이 없으므로 하도급업자의 건축주에 대한 직접지급청구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06.28. 선고 2007다17758 판결)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하도급업자의 직접지급청구권을 규정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항의 규정은 원사업자(시공사)의 지급정지나 파산 등으로 인해 영세한 수급사업자(하도급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연쇄부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두게 된 것으로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도급대금채권 중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 대금 채권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일반채권자들보다 수급사업자를 우대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라고 해 그 취지를 먼저 강조했다.

그리고 “영세한 수급사업자의 보호를 위해 원사업자가 파산한 경우에 인정되는 이러한 직접청구제도가 원사업자에 대해 회생절차(종전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라 하여 배제될 이유는 없다”라고 판결했다. 결국 하도급업자는 시공사의 회생절차개시 전에 건축주에게 직접지급청구를 했고 채권액이 정당하다면 그 후 회생절차에서 채권액이 감축된 정도와 무관하게 건축주에게서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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