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에 ‘제가 임차인인데 살고 있는 집이 경매 당했습니다. 제가 이 집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임차인이 자기 주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다른 입찰자와 동등한 자격에서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 일반 입찰자와 다른 점은 그저 임차인인 채권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배당신청을 할 것이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부도임대주택 임차인의 우선매수신고
다만 딱 한 가지 경우에 임차인이 우선하여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바로 임대주택이 부도가 나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이다. 임대주택이란 건설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으로 건설임대주택은 주택법 제60조에 따라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공공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건설하는 임대주택을, 매입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매매 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여 임대하는 주택(전용 85제곱미터 이하로서 전용입식 부엌, 전용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을 갖춘 오피스텔 포함)을 말한다.
해당 임대주택의 임차인은 매각기일까지 매수신청보증금을 제공하고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채무자인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을 우선매수하겠다는 신고를 할 수 있다.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이라는 것은 임차인에게 무조건적인 우선매수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 임차인외 다른 입찰자가 있는 경우 그 입찰자 중에서 최고가매수인으로 입찰한 가격에 임차인이 우선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우선매수신청을 한 경우 다른 입찰자가 없으면 최저매각가에 해당 임대주택을 우선매수할 수 있지만 다른 입찰자가 있어 최고가매수인이 나온 경우에는 그 최고가매수인이 써낸 입찰가로 임차인이 매수해야 하므로 최고가매수인의 입찰가격이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공유자의 우선매수신고
관련하여 경매물건에 우선하여 매수신고할 수 있는 부류가 두 가지 더 있다. 공유자와 채권자이다.
공유자우선매수신고는 부동산을 다수가 공유적 지분관계로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지분의 일부만 경매 부쳐진 경우 경매대상이 아닌 다른 지분의 소유자(공유자)가 경매대상인 지분을 우선하여 매수신고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임대주택 임차인의 우선매수신고와 같이 공유자는 매각기일까지 매수신청보증금을 제공하고 최고가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채무자의 지분을 우선매수하겠다는 신고를 할 수 있다. 우선매수신고가 있는 경우 법원은 다른 입찰자의 최고가매수신고가 있더라도 그 공유자에게 매각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에도 최고가매수인은 차순위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게 되지만, 최고가매수인이 차순위매수신고인의 지위를 포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유자우선매수신고가 있는 사례에서 다른 입찰자가 없는 경우 과거에는 유찰로 처리했지만 민사집행법에서는 최저매각가격을 최고매수가격으로 보아 공유자에게 우선매수를 인정하고 있다.
채권자의 우선매수신고
채권자우선매수권은 모든 채권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압류채권자, 즉 경매신청채권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다. 경매제도에 있어서의 잉여주의(압류채권자에게 돌아갈 변제액이 남는 경우에 한해 경매를 진행한다는 원칙)와 관련이 있는 문제다.
법원은 최저매각가격으로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모든 부담과 절차비용을 변제하면 남을 것이 없다고 인정한 때(우선변제권자의 채권액 + 경매비용 ≥ 최저매각가격)에는 압류채권자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 압류채권자는 법원으로부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모든 부담과 절차비용을 변제하고도 남을 만한 가격(우선변제권자의 채권액 + 경매비용 < 채권자매수신고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에 맞는 다른 입찰자의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압류채권자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이에 충분한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
압류채권자의 우선매수신고가 없거나 우선매수신고를 했어도 보증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잉여를 이유로 경매절차가 취소된다. 설령 이를 간과하고 경매가 속행돼 낙찰이 된 결과 잉여주의에 부합하면 매각이 허가되지만 역시나 무잉여로 압류채권자에게 돌아갈 변제액이 남지 않으면 매각이 불허가된다.
위 두 개의 우선매수신고와 다른 점은 임차인우선매수신고나 공유자우선매수신고는 경쟁 입찰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나 공유자에게 최고매수가격에 매각을 허가하지만 채권자매수신고는 압류채권자가 아니라 압류채권자가 정한 가격에 입찰했든 그 이상 가격으로 입찰했든 최고가매수인에게 매각을 허가한다.
공유자우선매수신고제도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오래전에 저서(이것이 경매투자다, 272쪽, 한스미디어, 2009년 3월 출간)를 통해 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한 적이 있다. 이 문제점은 임대주택 임차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지난 5월 3일 법무부에서는 공유자우선매수신고의 남용을 막기 위해 공유자우선매수권 행사를 1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회 제한보다는 공유자우선매수권 행사 시 보증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지만 어쨌든 환영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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