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진, 오브라이트 운석 새 가설 제시
태양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행성인 수성의 파편이 과연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졌을까?
지구의 운석은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파악돼 있다.

달과 화성 등에서 온 것도 일부 있지만, 태양의 중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수성과 금성의 파편이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진 것이 확인된 적은 없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에 떨어진 수성의 파편이 소행성대까지 밀려났다가 지구에 떨어졌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와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프랑스 로렌대학의 행성과학자 카미유 카르티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달·행성과학회의'에서 원래 수성, 이른바 '슈퍼 수성'이 대형 천체와 충돌하며 떨어져 나온 파편이 박물관 등의 운석 소장품에 숨어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태양계가 형성됐을 때 원래 수성은 지구처럼 규산염 맨틀을 갖고,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컸지만 대형 충돌로 질량의 3분의 1을 잃고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이 됐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이때 떨어져 나온 파편이 강한 태양풍을 타고 소행성대까지 밀려났다가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골자다.

운석학회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계 도처에서 수집된 운석은 7만 개 가까이 되지만 대부분이 소행성 파편이고 달과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은 각각 500여 개와 300여 개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이중 약 80개만 발견된 희귀 운석인 '오브라이트'(Aubrite)에 주목했다.

이 운석은 1836년 프랑스 마을 '오브르'(Aubres)에서 처음 발견된 데서 이름을 따왔는데, 옅은 색깔에 산소 함량이 낮고 소량의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컴퓨터 모델을 통해 예측한 초기 수성의 성분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브라이트를 수성의 파편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태양풍에 노출된 흔적을 근거로 수성이 아닌 소행성대의 E형 소행성 파편으로 분류했다.

수성은 행성 자기장의 보호를 받아 태양풍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

카르티에 박사팀은 이에 대해 슈퍼 수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중 일부가 태양풍에 타고 소행성대까지 밀려나 E형 소행성을 형성했으며, 수십억년 간 이곳에서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고 태양풍에 노출되다가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지게 됐다는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메신저'(Messenger)호가 2011∼2015년에 수성 궤도를 돌면서 확보한 자료도 현재의 수성과 오브라이트의 성분이 유사하다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했다.

카르티에 박사는 "오브라이트가 슈퍼 수성의 맨틀 중 가장 얕은 부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가설이 맞는다면 수십억 년 전 것이기는 해도 수성의 파편이 150년 이상 서랍 속이나 전시실에 숨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슈퍼 수성의 파편이 소행성까지 밀려가는 상황에서 내행성의 중력이 작용해 20%는 금성과 5%는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라면서 슈퍼 수성의 질량이 지구의 0.3∼0.8배에 달하고 맨틀의 대부분을 잃었다면 지구 질량의 1∼2.5%가 오브라이트 물질로 채워졌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오브라이트 전문가인 프랑스 서(西)브르타뉴대학의 지구화학자 장-알릭스 바라는 오브라이트 운석 시료가 슈퍼 수성 모델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면서 "논문 저자들이 결론을 타당화할 만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다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오는 2025년 12월 유럽우주국과 일본이 합작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수성 궤도에 도착하면 카르티에 박사 연구팀의 가설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성 표면에서 오브라이트와의 연결 고리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니켈이 존재하는지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현재의 수성이 대형 충돌로 상당 부분이 날아가고 남은 잔해라는 점에서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