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U-23 대표팀 이끌고 SEA 게임 2연패…"성취감·허탈감 동시에 들어"
"유상철, 너무 빨리 가 안타까워…손흥민은 한국의 보물"
'유종의 미' 베트남 박항서 감독 "고됐던 두 팀 살림…부담덜어"
"4년 넘게 두 팀을 담당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죠. 이제는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 것 같네요.

허허"
동남아시안(SEA)게임 2연패를 달성한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은 23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시원섭섭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전날 베트남 U-23 대표팀은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1 SEA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태국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6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퍼펙트 우승'이었다.

직전 2019년 대회 챔피언인 베트남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베트남이 SEA 게임에서 2연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경기는 박 감독이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나서는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2017년 9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후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함께 지도해온 박 감독은 이제부터는 성인 대표팀에만 집중한다.

박 감독의 후임은 역시 한국인 지도자인 공오균 감독이다.

박 감독은 "두 팀 감독직을 동시에 맡아 대회마다 선수 차출이 어려웠고, 행정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아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제 베트남 대표팀도 이원화되는 셈"이라며 "솔직히 말해 나로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 가는 부분도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날 결승전에서 박 감독은 후반 38분 결승골이 터지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며 "내 목표를 달성했다는 감정도 있었고, 허탈감도 느껴졌다"며 웃었다.

아울러 응원에 나선 베트남 국민들이 거리에서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을 보고 뭉클한 감정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우승을 통해서 양국 간 관계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종의 미' 베트남 박항서 감독 "고됐던 두 팀 살림…부담덜어"
오는 9월이면 박 감독이 베트남 감독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5년이 된다.

박 감독은 지난 5년가량을 되돌아보며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발굴과 육성은 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 등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에 반대 입장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이 4년, 8년 후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긴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이 받쳐줘야 한다"며 "이런 부분 보완 없이 목표만 내놓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지적했다.

U-23 대표팀 감독직 후임으로 오는 공오균 감독에게는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 자기 철학을 잘 발휘할 것"이라며 "문화적인 면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올해 연말 열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을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박 감독은 다음 달 초 예정된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행사 '2022 KFA 풋볼 페스티벌'에는 베트남 대표팀의 A매치와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2002년 당시 코치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님도 오신다는데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며 "그때 동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언급하며 "너무 빨리 작별을 하게 돼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감독은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토트넘의 손흥민에게도 덕담을 전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손흥민 아버지가 나와 친구라고 하면 감탄한다"며 "한국 축구를 넘어 한국의 보물"이라고 칭찬했다.

'유종의 미' 베트남 박항서 감독 "고됐던 두 팀 살림…부담덜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