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은 가장 힘든 건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이라고 토로한다.
대다수 비건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거나 유난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그들의 신념이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한다.
새로운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족, 지인, 연인 등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비건 운동가인 저자는 비건과 논비건(비건 아닌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권 분야의 대표작 '왜 돼지는 먹고 개는 안 먹는 걸까'를 쓴 저자는 '육식주의'(carnism)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유명해졌다.
책은 관계 심리학의 관점과 여러 사례를 종합해 비건과 논비건이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방법과 도구를 제시한다.
'무엇을 먹는가'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식사를 경험하는가'라며, 비건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관계에서 겪는 많은 갈등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심. 388쪽. 2만2천 원. ▲ 뇌가 아니라 몸이다 =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로 정신과 몸을 구분했다.
정신-몸 이원론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뇌를 신성시하고 지능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영국의 비즈니스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런 기계론적 접근에서 벗어나 체화된 지식 이론, 즉 몸의 학습 능력에 주목한다.
책은 데이터가 전부이고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믿는 시대에 지식의 한계를 짚으면서 불확실한 세상과 소통하면서 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데 '체화된 지식'이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또 인간의 지적 능력은 뇌뿐만 아니라 몸에서도 발현된다며, 몸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능이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소소의책. 312쪽. 1만8천 원. ▲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나종호 지음.
덴마크의 사람 도서관은 사람을 대여해 준다.
대여 기간은 1~2주가 아니라 30분이며,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지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인 저자는 그간 만난 환자들을 소개하며 사람 도서관 '사서'를 자처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대상이 되는 구성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몬드. 204쪽. 1만5천800원. ▲ 시선 과잉 사회 = 정인규 지음.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90년대생 철학도가 '시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관계 회복에 관해 이야기했다.
저자는 SNS의 등장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진화됐지만,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를 살핀다.
책은 디지털 관계가 오히려 관계의 단절은 물론 진실을 왜곡하고 조종하는 문제를 다룬다.
돌연변이 시선, 관음, 조명 중독, 뜯어보기 등 시선에 관련된 일상적인 개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면서 나 한 사람의 시선에 대한 성찰이 곧 사회 전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크릿하우스. 216쪽. 1만5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