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무용수 승급 1년…7월초 파리무대 '지젤' 주역 맡아 맹연습
7월말 동료들과 내한해 롯데콘서트홀서 갈라 공연
"돌이켜보면 인내와 기다림 연속…춤 사랑 하나로 여기까지 와"
파리오페라발레단 '별' 박세은 "다 행복해지자고 춤추는 것"
3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수(에투알) 박세은이 올여름 동료들과 함께 한국 팬들을 찾는다.

7월 28~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 '2022 에투알 갈라'에서 박세은은 '로미오와 줄리엣', '빈사의 백조' 등 파리의 오페라가르니에와 바스티유 극장 무대에서 오랫동안 춤춰온 주요 레퍼토리들을 선보인다.

작년 에투알로 지명될 당시 파트너 폴 마르크와 함께 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2인무)가 특히 기대되는 대목이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해 초고속 승급 끝에 작년 최고단계인 '에투알'(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까지 오른 박세은은 "춤 외적인 부분에서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춤추는 것은 그대로다.

여전히 행복하게 열심히 춤추고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파리의 아침 시간 오페라가르니에 극장의 발레단 사무실로 막 출근한 박세은을 전화로 만났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별' 박세은 "다 행복해지자고 춤추는 것"
-- 에투알이 된 지 일 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 우선 공연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작품 하나를 전에는 16~20회 했다면 에투알이 된 이후엔 4~6회만 출연하면 된다.

개막공연 등 주요 공연을 주역으로 하면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는데, 춤의 외적인 측면에서 많이 편해진 것은 있지만 내 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냥 예전처럼 연습한다.

-- 한국 팬들을 곧 만나는데 감회가 어떤가.

▲ 이번 갈라는 몇 년 전부터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공연이다.

오랫동안 고민을 많이 해서 드디어 무대에 올리게 됐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공연이다.

한국 외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멕시코도 간다.

특히 올여름 지젤 공연이 끝나고 바로 LA 야외공연장 할리우드볼에서 7월 20~21일 우리 발레단의 공식 갈라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교포분들께도 춤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지젤' 주역을 맡아 연습 때문에 아주 바쁘다고 들었다.

▲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

7월 2일 파리 오페라가르니에 무대에 지젤을 올리는데, 지젤은 이번에 처음 해보는 역할이다.

그래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요즘 지젤에 미쳐있다고 할까.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주에 또 다른 갈라 공연도 있는데, 그 연습도 함께 한다.

너무 바쁘지만 어느 때보다 벅차고 행복하게 춤추고 있다.

-- 결혼 후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나.

남편이 헌신적으로 외조한다는 얘기가 자자한데.
▲ 남편이 있어 정말 든든하다.

내게는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다.

가끔 '오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에투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가끔은 남편이 발레를 너무 잘 알아서 무용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박세은의 남편은 재불교포로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함께 공연 보러 다니기를 즐기고 관심사도 거의 같아서 좋다.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 파리의 소아암 병동에서 자선공연도 했다고 들었다.

▲ 4월 말쯤 파리 네케르 아동병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걷지도 못하고, 병상에 누워 몸도 가누지 못하는 친구들의 눈이 아주 반짝반짝했다.

아이들이 웃으며 '나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내 춤으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 얼마 전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김희선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팬들이 슬픔에 빠졌는데.
▲ 개인적으로 잘 아는 후배라 더 충격이었다.

김희선은 춤을 잘 출 뿐 아니라 정말 열심히 춤췄고, 무엇보다 진정 춤을 사랑한 친구였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당황했고 안타까웠다.

우리 같은 무용수는 감정선이 섬세하고 예민한 경우가 많다.

김희선 역시 섬세하고 예민하고 감성이 아주 풍부한 후배였는데…그저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 지금 자리에 가기까지 역경도 많았을 것 같다.

춤추는 후배, 나아가 예술을 택한 후배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 돌이켜보면 내 삶도 인내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부상도 많았다.

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결과나 그런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달려왔다.

그냥 지금 춤추는 이유와 춤추는 그 순간, 그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한다.

다 우리가 행복해지자고 춤추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후배들에게 너무 '꼰대' 같진 않을까.

파리오페라발레단 '별' 박세은 "다 행복해지자고 춤추는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