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도 멘탈도 다 털렸다"…'루나 폭락' 전세계 개미 패닉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루나와 UST가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들었던 인기 코인이었던 만큼 이번 폭락 사태가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의 재산 손실은 물론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나, UST 사태는 가상화폐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스페인, 인도, 나이지리아 투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루나·UST 발행업체인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한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나이지리아의 실직자 노페 이사(25)는 로이터 통신에 루나가 추락하면서 5천 달러(635만 원)를 모두 날렸다며 "내가 가상화폐에 홀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인도 뭄바이의 그래픽 디자이너 테잔 슈리바스타바(31)는 루나 몰락으로 15분 만에 모든 돈이 사라졌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고위험 자산이라는 감독 당국 경고에도 개미들은 빠른 수익을 기대하며 가상화폐로 몰렸고 루나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미국 개미의 온라인 투자 토론방인 레딧에도 투자 손실에 절망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녀 3명을 둔 49살 아빠는 주택융자 빚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손실로 은퇴 계획을 미뤘다고 했고, 18만 달러(약 2억3천만 원)를 단번에 날렸다는 글도 게재됐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루나 투자에 나섰다가 2만 달러(2천500만 원)를 잃은 24살 미국 청년 닐 소마니 사례를 소개했다.

싱가포르 영문 매체 투데이는 루나 투자로 돈을 잃은 현지 젊은이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로우'라는 이름의 20대 후반 남성은 루나를 샀다가 며칠 만에 투자액의 90%인 4만 싱가포르달러(3천600만 원)를 날렸다.

그는 "UST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루나가 왜 급락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UST가 1달러에 다시 고정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희망으로 루나를 팔지 않고 버텼다"고 후회했다.

이어 "한때 싱가포르 은행에 저축하는 것보다 400배 이상 수익을 가져다줬고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돼 위험이 없다고 생각해서 많은 사람이 그 보트에 올라탔다"고 전했다.

유럽 투자자들도 루나 폭락의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루나 폭락과 개미들의 손실을 조명했다.

한 30대 투자자는 "루나에 4만 유로(5천300만 원)를 투자했는데 현재 4유로(5천300원)로 추락했다"며 "루나가 가장 안전한 내기로 보였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기 유튜버이자 래퍼인 JJ 올라툰지는 트위터에 루나 급락으로 280만 달러(35억 원) 손실을 봤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루나 폭락에 일부 투자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글까지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매체 투데이도 현지 가상화폐 텔레그램 채팅방에 극단적 선택 시도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게재됐다고 전했다.

(사진=루나 폭락 사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를 꼬집는 트위터 합성 이미지)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