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는 이자 5% 이상…금리 뛰는데 변동금리 비중 8년 만에 최대
고정·변동금리 격차 1%p로 벌어져…"변동 대출자, 갈아타기 고려해야"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약정의 약 40%는 4% 이상 금리를 조건으로 체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여름, 4% 이상 이자를 내는 가계대출이 전체의 약 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금융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대출금리 수준이 크게 오른 셈이다.

이처럼 불과 1∼2년 사이 대출금리 환경이 급변할 수 있지만, 여전히 80% 이상의 대출자가 향후 예상 금리 인상 폭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1%포인트(p) 가까이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면서 잠재적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36%, 이자 4% 이상 물어…3개월 새 비중 2배로
◇ 89% 이르던 '금리 3%미만' 대출, 2년 만에 거의 사라져
15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에서 지난 3월 이뤄진 신규 가계대출 중 36.1%의 금리는 4% 이상으로 집계됐다.

5% 이상 금리로 약정된 가계대출도 9.4%나 있었다.

3∼4% 사이의 대출금리(48.2%)가 가장 흔했고, 3% 미만 금리는 15.7%에 그쳤다.

특히 2% 미만 금리는 1.6%에 불과했다.

작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4% 이상 금리 비중이 18.3%에서 불과 3개월 사이 거의 두 배인 36.1%로 뛰었다.

5% 이상 금리의 가계대출 비율도 6.7%에서 9.4%로 높아졌다.

반대로 3% 미만 금리 비중은 25.0%에서 15.7%까지 급감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저금리 기조가 절정이었던 2020년 8월 당시에는 가계대출 89.0%의 금리가 3% 미만이었고, 2%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도 13.1%나 차지했다.

약 2년 만에 가계대출 금리의 주류가 '2∼3%대'에서 '3∼4%대'로 이동했고,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상승·긴축 전망을 반영한 시장금리 상승 등과 함께 올해 하반기에는 '4∼5%대'가 일반적 대출금리 수준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표]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 비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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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미만 │3%미만 │ 3∼4% │ 4%이상 │ 5%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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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 │13.1% │89.0% │6.8% │4.2% │2.2% │
├──────┼──────┼─────┼─────┼─────┼─────┤
│2021.12 │2.2% │25.0% │56.7% │18.3% │6.7% │
├──────┼──────┼─────┼─────┼─────┼─────┤
│2022.3 │1.6% │15.7% │48.2% │36.1%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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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통계

◇ 금리인상기 대출자 '거꾸로' 선택…변동금리 8년만에 최대 '기현상'
이처럼 금리 상승 추세가 뚜렷하면 대출자들은 고정금리로 위험을 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9.5%에 불과했다.

2월(22.1%)과 비교해, 한 달 사이 2.6%포인트나 오히려 더 떨어졌다.

바꿔말해 새 가계대출의 80.5%가 여전히 변동금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변동금리 비중은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에 연평균 53.0%, 2020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63.8% 수준이었다.

불과 2∼3년 사이 변동금리 비중이 20∼30%포인트나 뛴 것이다.

더구나 기존 가계대출을 포함한 잔액 기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3월 현재 23.0%로, 2014년 3월(21.4%)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 비중이 오히려 커진다는 것은 대출자와 금융기관 모두에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 "당장 변동금리 1%p 낮아서"…"안심전환대출 등 고정금리 갈아타기 고려해야"
금리 상승기에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대출자가 더 늘어나는 이례적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예금(수신) 금리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은행채 등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는다.

따라서 금리 상승기에는 대체로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보다 빠르다.

더구나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의 영향으로 최근 짧은 기간에 많이 뛰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13일 기준 연 4.280∼6.5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여 사이 상단이 1.612%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3.420∼5.092%로, 고정금리와 비교해 상단이 0.860%포인트나 낮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고정·변동금리의 격차가 거의 없었지만 약 5개월 사이 거의 1%포인트나 벌어지자 아무리 향후 금리 상승을 고려해도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선뜻 고정금리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일단 올해와 내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1년 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지금은 다소 높더라도 고정금리 쪽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금리 차이가 부담스러워 불가피하게 당장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앞으로 금리 추이를 봐가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대환대출) 방법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고정금리 대환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주 은행과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인 일종의 고정금리 특판 상품 '안심전환대출'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상품은 특별히 고정금리를 낮춰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쉽게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다.

[표]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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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 31일│2022년 5월 13일 │하단,상단 변동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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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3.710∼5.070%│연 3.420∼5.092%│-0.290%p, +0.022%p │
│변동금리(신규 │ │ │ │
│코픽스 기준) │ │ │ │
├───────┼────────┼────────┼───────────┤
│주택담보대출 │연 3.600∼4.978%│연 4.280∼6.590%│+0.680%p, +1.612%p │
│고정금리(은행 │ │ │ │
│채 5년물 기준)│ │ │ │
├───────┼────────┼────────┼───────────┤
│신용대출 금리(│연 3.500∼4.720%│연 3.582∼5.070%│+0.082%p, +0.350%p │
│1등급·1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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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은행 자료 취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