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청바지 차림 고교생으로 첫 만남…아역 때부터 눈여겨봐"
정지영 "한국영화 귀중한 자산"…김의석 "스케일 크고 정 많은 사람"
"칸·베네치아도 강수연 안타까워할 것"…영화계 깊은 애도
배우 강수연이 7일 오후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985년 영화 '고래 사냥 2'를 연출하며 강수연과 함께했던 배창호(69) 감독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너무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했다.

배 감독은 "아역 배우 때부터 연기를 잘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성인 연기자로 막 발돋움할 때 캐스팅을 했다"면서 "고생스러운 촬영이었지만 잘 참아내면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발랄하게,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수연에 대해 "자기 표현력을 충분히 가진 연기자였고, 강수연만이 맡아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큰 국제영화제에서 본상 연기상을 받은 연기자이기도 하지만 중견 연기자로서의 족적, 부산국제영화제가 흔들릴 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영화제를 다잡은 공로도 있다"고 말했다.

1983년 영화 '고래사냥' 캐스팅 과정에서 강수연을 처음 만났다는 배 감독은 "청순한 학생이었다.

청바지에 모자를 쓰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고인이 맡기에는 역할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작품에서 만나자'고 얘기했고, 성인 연기자가 된 직후 '고래사냥2'를 통해 함께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칸·베네치아도 강수연 안타까워할 것"…영화계 깊은 애도
이어 "10년쯤 전에 식사를 하면서 다음 작품을 같이 추진해보기로 했는데 잘 안 됐다"면서 "그게 작품에 대해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때인데 성사되지 못한 게 지금으로서는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영화 '블랙잭'(1996)을 함께 찍은 정지영(76) 감독도 고교생 배우 강수연의 당찬 모습을 기억했다.

정 감독은 "강수연이 동료 감독과 얘기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너무 야무졌다"며 "당시에는 감독이라면 좀 어려워했는데, 자기 할 말을 똑똑히 다 해서 '역시 다르구나'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강수연 이전에는 아무에게도 '월드스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많은 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도 친했다.

칸과 베네치아에서도 안타까워할 것"이라며 "한국영화의 귀중한 자산이었는데 너무 일찍 가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영화 '그 여자, 그 남자'(1993)를 연출한 김의석(65) 감독은 소식을 듣고 "나이나 여러 상황으로 봐서 그럴(세상을 떠날) 때가 아닌데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스케일이 큰 여성이었고, 마음씨가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칸·베네치아도 강수연 안타까워할 것"…영화계 깊은 애도
"겨울에 촬영이 끝나고 나면 모든 스태프에게 장갑을 하나씩 선물하고, 식사비도 해 주셨어요.

영화인이라는 직업적인 걸 떠나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오래간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따뜻했던 사람입니다.

"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서도 조연출과 배우로 고인을 만났었다는 김 감독은 "머리를 박박 깎고 물에 비치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감독으로서 보면 연기를 할 때 타협이 없는, 고집 있는 배우라 좋았다.

강수연 씨 같은 배우는 앞으로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 살아왔던 고인이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아보지 못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참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칸·베네치아도 강수연 안타까워할 것"…영화계 깊은 애도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강수연과 함께 연기한 원로배우 한지일(75)은 "5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수연이가 '미국에서 힘들게 살지 말고, 한국에서 영화하면서 살자'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지일은 "아역배우 출신이어서 나에게는 연기 선배다.

내가 탄광에서 '덮치는' 연기를 잘 못하니까 이끌어줄 정도로 연기가 당찼다"고 회고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에 차려지며 조문은 8일 오전 10시부터 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