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내세운 '닥터 스트레인지 2' 오늘 개봉
사전예매 관객 100만명…극장가 '일상회복' 발판 기대
73개의 다중우주…닥터 스트레인지 마법 어디까지
슈퍼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가 4일 개봉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4기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이다.

극장가는 작품 자체는 물론 팬데믹 보릿고개를 넘게 해줄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다중우주 핵심 테마에 호러 요소 가미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예고한 대로 이 마법사는 지구를 어깨에 짊어진 데 대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우주공간에서 빌런과 맞서 싸우다가 어울리지 않게 죽음의 문턱을 드나드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영화는 시작한다.

이 장면은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마블 스튜디오가 MCU 4기의 핵심 테마로 내세우는 멀티버스(다중우주)가 곧바로 펼쳐진다.

도심 속 빌런의 공격으로부터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 분)를 구해낸 닥터 스트레인지는 "우리 아는 사이던가?"라고 묻는다.

아메리카 차베즈는 "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73개의 다중우주…닥터 스트레인지 마법 어디까지
MCU에 새롭게 등장한 아메리카 차베즈는 멀티버스 포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다.

73개의 우주를 경험했고, 다른 우주의 닥터 스트레인지도 이미 두 번 만났다.

마법은 아직 수행을 거쳐야 하지만, 멀티버스를 오가는 능력만으로도 빌런들의 표적이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여러 개의 우주를 함께 오가며 아메리카 차베즈를 보호하는 게 줄거리다.

하나의 우주공간에서 여러 닥터 스트레인지가 만나 대화하는 등 시공간을 쉴 새 없이 뒤섞는다.

'이블 데드' 시리즈 등으로 호러에 일가견이 있는 샘 레이미 감독은 여러 하위장르의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클리셰 또는 오마주 정도로 보였던 호러 요소들은 갈등이 격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전면에 등장한다.

마지막 30분은 그 자체로 호러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다.

마블 특유의 유머보다 호러 코드가 더 부각된 탓에 분위기는 여느 마블 영화보다 어둡다.

여기에 더해 서로 다른 우주 사이의 충돌이나 간섭으로 황폐화한 세계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SF물을 연상시킨다.

MCU의 멀티버스가 양자역학의 다중우주론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아직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스무 편 넘는 실사영화에 애니메이션·TV시리즈 등이 더해지며 축적된 스토리를 재구성 또는 재활용하고 상호 충돌을 방지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수십 개의 다중우주에선 캐릭터들이 무리없이 한자리에 모이거나 죽은 캐릭터를 살려내는 등 스토리를 무한에 가깝게 확장할 수 있다.

73개의 다중우주…닥터 스트레인지 마법 어디까지
◇ 전편 관객 544만명 넘을까…사전예매는 4배
팬데믹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극장가는 편당 수백만 명의 기본 관객을 몰고 다니는 마블 영화의 힘으로 활기를 되찾길 바라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이 등장할 때마다 스크린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우선 나오던 팬데믹 이전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상당수 관객이 2년 넘게 영화관에 발길을 끊은 상황에서 일단 스크린 관람 경험을 되살려야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복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직전 마블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작년 12월 개봉해 754만여 명이 관람했다.

그러나 뒤이어 개봉한 한국 영화들의 부진에 오미크론 변이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다시 식었다.

73개의 다중우주…닥터 스트레인지 마법 어디까지
극장가는 지난달 영업시간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영관 내 취식이 허용된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체 관객은 96만8천938명으로 직전 일주일(70만4천438명)보다 37.5% 늘었다.

그러나 주말 하루 관객이 100만명에 육박하던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6년 개봉한 전편 '닥터 스트레인지'는 544만 명을 동원했다.

속편도 현재까지는 준수한 성적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밤 예매율 89%를 기록하며 예매량 100만 장을 기록했다.

전작의 개봉 당일 기준 사전예매 25만여 장의 네 배에 달하고, 팬데믹 이후 최다 기록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75만여 장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리려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닥터 스트레인지 2'와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등이 개봉하는 다음 달까지 성적으로 일상 회복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