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0.50%p 이상 인상 여부도 5월 금통위 큰 변수"
"고령화 등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비둘기파 되고 싶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다만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관련 변수로서 물가와 성장 현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물가가 성장보다 더 걱정"…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
지난 21일 취임한 이 총재는 우선 성장에 대해 "우크라이나사태 때문에 유럽 경기도 하락하고 IMF(국제통화기금)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도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성장 측면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유가와 곡물이 어느 정도 랙(시차)을 두고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줄지, 이달 금통위에서 4%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했는데 상승률이 이보다 올라갈지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영향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이 총재는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5월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일단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냈지만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중장기적 이슈로서 성장을 얘기했는데, 단기적 금리정책 측면에서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언론 등에서) 얘기돼 부담스럽다"며 "(비둘기파로서) 장기적으로 구조조정과 창의성 계발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성장률이 너무 떨어지지 않고, 고용이 창출되며 생활의 질이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경제 구조개혁 문제를 너무 강조한 것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 영역에 대한 월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재정정책 등 각 부처의 소임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존중하고 이견이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은에 국민경제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지 등은 보자는 것"이라며 "배가 1도만 기울어도 아무리 그 위에서 열심히 일해도 다른 곳에 도달할 위험이 있다"고 취지를 부연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말을 갈아타야 한다"고 비유한 구조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묻자 "IMF 재직 당시 한국 분석팀에 한국 국민이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 공급자 위주의 정책 결정, 양극화 등을 중점적으로 보라고 얘기해왔다"고 간접적으로 답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1월이나 2월, 원화 가치가 절하된 정도(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정도)는 달러 인덱스가 상승한 수준과 비슷하다"며 "원화의 절하 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겠지만, 환율을 타깃(목표)으로 삼아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