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5개 최다 실책→올해는 15경기 무실책…"투수에게 큰 도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23)은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지만 올해엔 '붙박이 2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혜성이 자신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대신 2루수로 전향한 것은 고질적인 송구 실책 때문이었다.

지난해 김혜성은 총 35개의 실책을 기록, 이 부문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2위인 KIA 타이거즈 박찬호(24개)보다 9개나 많았다.

빠른 발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김혜성이 실책이 잦은 이유는 사이드암 형태의 송구 버릇 탓이다.

사이드암 형태의 송구는 주로 내야수들이 가까운 베이스 쪽으로 송구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타구를 잡은 후 송구 동작을 재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세가 쉽게 흐트러져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송구 거리가 먼 유격수에겐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키움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김혜성을 아예 송구 거리가 짧은 2루로 옮기고, 유격수 자리에 4년 차 후보 선수인 김주형(26)을 투입했다.

아직 15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지만 홍 감독의 선택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2루로 옮긴 김혜성은 19일까지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고, 유격수 김주형도 3개의 실책을 기록했지만 넓은 수비 범위와 몸을 아끼지 않는 호수비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홍 감독은 1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혜성의 호수비가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고 칭찬했다.


김주형에 대해서도 "수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홍 감독이 내린 이 같은 평가는 19일 경기에서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선발 투수 정찬헌이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고비마다 김혜성과 김주형이 결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3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SSG 최정의 안타성 타구를 김주형이 몸을 날려 잡은 뒤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냈다.

이후 한유섬이 적시타를 때려 SSG가 1점을 냈지만, 김주형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4회와 5회엔 김혜성이 정찬헌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 1사 후 박성한이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오른쪽으로 보냈지만 김혜성이 빠른 발을 이용해 공을 낚아챈 뒤 1루로 던져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김혜성은 5회에도 추신수의 강한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내며 빈틈없는 수비력을 뽐냈다.

수비에서의 활약은 그대로 타석으로 이어졌다.

김혜성은 3회 무사 1, 3루 찬스에서 우익수 앞 적시타를 때려 1-0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SSG에 6-5로 쫓기던 9회엔 1사 후 김주형이 2루타를 날려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이용규의 적시 2루타 때 득점을 보탰다.

이어 김혜성도 우익수 앞 적시타를 터뜨려 팀이 3점 차로 달아나는 쐐기점을 뽑아냈다.

결국 김혜성과 김주형의 활약에 키움은 SSG를 8-5로 꺾고 10승(5패) 고지를 밟으며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정찬헌도 3번째 선발 등판 만에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경기 뒤 홍 감독도 "3회 김주형, 4회 김혜성의 수비가 상대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했다"며 두 선수의 수비 활약을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