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간판 타자인 강백호가 발가락 골절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느닷없이 타선에 큰 구멍이 생겼다.
부상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kt는 강백호가 전반기에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kt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박병호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강백호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후 3경기에선 4할대 타율을 치기도 했지만,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박병호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쩔쩔맸다.
19일까지 올 시즌 13경기에서 삼진을 17개나 기록해 최다 삼진 3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박병호의 부진은 kt에 치명적이었다.
중심이 무너진 kt 타선은 심각한 집단 슬럼프에 시달렸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 중심 타자 장성우 등 주축 타자들도 줄줄이 힘을 잃었다.
지난해 통합 챔피언 kt는 끝없이 추락해 지난 15일엔 단독 최하위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박병호가 다시 힘을 내면서 kt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16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19일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kt는 이 기간 5연패 사슬을 끊고 2승 1패를 기록했다.
박병호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선 13일 만에 홈런포, 17일 만에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하며 팀 타선을 진두지휘했다.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1회 2사 3루 기회에서 상대 팀 에이스 애덤 플럿코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1-1로 맞선 7회엔 선두 타자로 나서 다시 플럿코에게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박병호의 에너지는 주변 타자들에게 번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1할대 타율에 머무는 장성우도 7회 솔로 홈런을 작렬하며 플럿코를 무너뜨렸다.
이날 박병호는 시즌 3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고, kt는 5-3으로 승리했다.
박병호 엔진을 단 kt가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