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빈국 참가…이수지·은희경·정유정 등 북토크·낭독행사
은희경 "책 통해 세계와 인간에 불편한 질문 던져야"
한국 작가들 남미 독자 만난다…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종합2보)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2022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이 19일(현지시간) 개막했다.

해마다 60만명 안팎이 방문하는 보고타국제도서전은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전으로 꼽힌다.

올해 도서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린다.

한국은 콜롬비아와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6시 보고타 국제비즈니스·전시센터에서 콜롬비아 이반 두케 대통령과 앙헬리카 마욜로 문화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등 양국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 작가 대표로 축사를 한 소설가 은희경은 남북 분단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언급하며 주빈국관 주제인 공존(共存·Togetherness·Convivencia)의 의미를 설명했다.

은희경은 "전염병과 전쟁과 경제 불안이 지구를 휩쓸고 있는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그 공부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서로 소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경직된 범주 안으로 세계를 축소하게 된다.

그 편협한 세계 속에서 이기적이고 배타적이 되며 기득권의 논리에 빠져 부조리에 적응하고 말 것"이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공부를 통해 더욱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의심할 바 없이 그 생각을 지지해주는 것은 책"이라고 말했다.

한국 작가들 남미 독자 만난다…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종합2보)
황희 문체부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전쟁 참전으로 맺어진 양국 관계가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의 아름다운 공존으로 이어져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콜롬비아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 독자들은 콜롬비아 커피를 마시며 남미 문학의 거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콜롬비아 최고의 소설가인 모레노 두란의 문학을 읽고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을 감상하며 시대와 장소를 넘어 문학과 예술을 공유해왔다"며 "책을 통한 오늘의 협력이 문화예술·관광 등 창의산업 전반의 협력과 교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반 두케 대통령도 콜롬비아의 한국전쟁 참전 역사를 언급하며 양국 문화 교류를 평가했다.

그는 "위기의 극복이 다른 양상으로 발현됐다.

오늘날 한국에서 콜롬비아 영화를 즐기고 얼마 전에는 한국 제작사가 보고타에서 영화를 촬영하기도 했다"며 "한국의 주빈국 참가로 끈끈해진 양국의 유대관계는 오는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콜롬비아가 주빈국으로 참가하며 새로운 장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작가들 남미 독자 만난다…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종합2보)
문체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한국문학번역원·국립과천과학관 등 유관 단체들은 3천㎡ 규모의 주빈국관에서 남미 독자들을 맞는다.

인간과 인간(평화·자유·인권), 국가와 국가(역사·문화·교류), 인간과 자연(환경·인류세) 사이의 문제를 다룬 책 100여 권을 선보인다.

은희경·정유정 등 주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국내 작가 9명이 참여해 만든 앤솔로지(선집)를 출간한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뽑힌 엄유정 작가의 작품집 'FEUILLES'(잎사귀들)를 포함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종을 전시해 책 디자인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이수지·백희나 등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그림책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경욱·은희경·이문재·정영수·정유정·한강 등 문학 작가 6명은 콜롬비아 작가들과 함께 북토크를 열어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한강은 사전녹화로 독자를 만날 계획이다.

'빅 브라더'와 '내일의 연인들' 등 한국문학을 원작으로 한 단편영화 4편도 상영된다.

한국 작가들 남미 독자 만난다…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종합2보)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를 비롯해 박연철·김효은·정진호·김서정·김지은 등 그림책 작가·평론가들도 토론회와 낭독 행사 등으로 현지 독자들을 만난다.

'며느라기'의 작가 수신지도 남미에 한국 웹툰을 알릴 예정이다.

김홍중(사회학)·김백영(역사사회학)·정인경(과학)·강호정(생태학) 등 비문학 작가들은 ▲ 바이러스와 인류세 ▲ 식민지 도시론 ▲ 한국과 콜롬비아 과학사 ▲ 한국 여성인권과 젠더인식 변화 ▲ 한국 콜롬비아 문화·문학 교류 역사 등을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 참가한다.

또 ▲ 한복 입기 ▲ 한옥 배경 사진 찍기 ▲ 수공예 강좌 ▲ 전통음악·K팝 공연 ▲ 한국 놀이문화 체험 등 문화행사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