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받은 두 시즌 모두 리그 종기 종료한 것은 아쉬워"
'두 번째 MVP' 양효진 "집착을 버리니 상복이 생기던데요"
양효진(33·현대건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뒤에 개인상을 받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씩 웃었다.

오랫동안 한국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지만, 양효진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처음 오른 건 만 30세가 넘은 2019-2020시즌이었다.

그러나 곧 양효진은 MVP 트로피를 추가했다.

양효진은 18일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28표를 얻을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양효진은 "어릴 때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이가 들어서 큰 상을 받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사실 나도 예전에는 상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상복이 오더라"고 전했다.

양효진은 신인이던 2007-2008시즌 신인왕을 배유나에게 내줬다.

그는 "신인 때도 시상식에는 참석했는데 신인왕을 놓쳤다.

그때 '다음에는 꼭 상 하나를 받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이후에도 훈련할 때마다 '열심히 해서 상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내가 정말 열심히 했다면, 굳이 상을 받지 않아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바꿨다.

오히려 이후에 큰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효진은 베스트7이 신설된 2014-2015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8시즌 연속 베스트7 센터에 뽑혔다.

김연경(4회)과 이효희(2회), 이재영(2회)에 이어 여자부 네 번째로 정규리그 MVP를 2번 이상 차지한 선수가 됐다.

'두 번째 MVP' 양효진 "집착을 버리니 상복이 생기던데요"
아쉬운 마음은 있다.

공교롭게도 양효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자부 시즌이 조기에 종료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은 두 번의 시즌(2019-2020, 2021-2022)에 MVP에 올랐다.

양효진은 "정규리그 1위를 했지만,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아 우승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우승팀을 의미하는) 별을 달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며 "리그가 조기 종료된 후 일주일 동안 몸살을 앓다가, 남자부 포스트시즌 경기를 봤다.

'우리 여자부도 챔피언결정전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부러워했다"고 털어놨다.

양효진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대신, 복잡한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했다.

양효진은 여자부 FA 협상 마지막 날인 6일 현대건설과 연간 보수 총액 5억원(연봉 3억5천만원+옵션 1억5천만원)을 바탕으로 3년간 1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21-2022시즌 정규리그 득점 부문에서 국내 선수 중 최고 순위이자 전체 7위(502점)에 오르고, 오픈 공격(성공률 50.90%), 속공(성공률 55.60%), 블로킹(세트당 0.744개) 세 부문에서 1위를 한 MVP에게는 박한 대우였다.

더구나 양효진은 지난 시즌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억5천만원+옵션 2억5천만원)에서 2억원이나 깎인 액수에 도장을 찍었다.

2022-2023시즌 여자부 샐러리캡(연봉 총상한)은 연봉과 옵션을 합쳐 23억원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후 팀에서 FA 자격 취득자가 4명이나 나오자 양효진의 연봉을 줄여 이들을 모두 잡았다.

금전적인 손해를 본 양효진과 그를 설득한 현대건설을 향해 '샐러리캡 취지를 흐리는 일'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양효진은 "그런 논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놀랐다"며 "나도 FA 협상 기간에 생각이 많았다.

금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신인 때부터 현대건설에서 뛴 시간도 소중했다.

아직도 체육관에 들어서면 신인 때 기분을 느낀다.

현대건설에서 동료들과 함께 성취감을 느끼고자, 잔류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MVP' 양효진 "집착을 버리니 상복이 생기던데요"
남편도 늘 그랬듯이 양효진의 결정에 동의했다.

마침 둘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MVP 시상식이 열렸다.

양효진은 "내 직업의 특성 때문에 나와 남편은 주말 부부보다 더 오래 떨어져 지낸다"며 "결혼을 하니, 남편이 나를 지켜주는 느낌이다.

허심탄회하게 말할 상대도 생겼다.

결혼하니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양효진은 이제 비시즌을 조금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양효진은 "그동안 비시즌에도 국제대회를 고려해 온전히 쉴 수 없었다"며 "이번 비시즌에는 그동안 하지 못한 걸 실컷 하고 있다.

남편과도 본격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