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후유증과 두려움 속에서도 2022 서울마라톤 여자부 우승
'대기만성형 마라토너' 최경선 "항저우AG에선 꼭 금메달을"
최경선(30·제천시청)은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국내 여자 선수 중 가장 먼저 완주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제 끝났다"라는 안도감에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곧 최경선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외쳤다.

'대기만성형', '오뚝이 마라토너'로 불리는 최경선이 또 한 번 두려움을 떨쳐내고, 국내 최고 자리에 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도 사실상 확보했다.

최경선은 17일 서울시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2022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30분42초로 여자부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엄청난 기록이 쏟아진 국제부와 합해도 7위였다.

'대기만성형 마라토너' 최경선 "항저우AG에선 꼭 금메달을"
레이스를 마치고 만난 최경선은 "오늘 기록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몸과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트라우마 속에서도 국내 1위를 차지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도 "대회 한 달 전쯤에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몸도 회복했다.

몸을 만드는 단계에서 완주해서 기뻤다"며 "오늘 눈물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최경선은 2020년 3월 훈련을 하다가 도로가 파인 곳에 발이 빠지면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최경선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달리는 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최경선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지만,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탈수 증상에 시달리면서도 완주에 성공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부상 후유증'과 '도로 훈련'의 두려움은 남아 있었다.

이번 대회 국내 1위라는 성과는 최경선에게 큰 힘이 됐다.

최경선은 "도쿄올림픽에서 완주하면서 다 극복한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하고, 심리 치료도 받으면서 트라우마를 떨치고자 애썼다"며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만,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지금보다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대기만성형 마라토너' 최경선 "항저우AG에선 꼭 금메달을"
최경선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다.

그러나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김혜성(북한)은 2시간37분20초에 레이스를 마쳐 3위에 올랐다.

4위가 2시간37분49초를 기록한 최경선이었다.

그러나 김혜성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자격 정지 처분과 기록 삭제를 당했고, 최경선이 3위로 올라섰다.

이 외에도 최경선에게는 '불운한 순간'이 많았다.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35㎞ 지점에서 김혜성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치아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졌다.

그러나 최경선은 급하게 지혈한 뒤 다시 달렸다.

기록은 2시간45분46초로 좋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목표인 완주는 이뤄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고, 레이스 중에는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대기만성형 마라토너' 최경선 "항저우AG에선 꼭 금메달을"
하지만 최경선은 늘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희망도, 자신감도 자랐다.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최경선에게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최경선은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1등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근 마쓰다 미즈키(2시간20분52초), 이시야마 마오(2시간21분02초) 등 일본 마라토너들은 2시간20분 내외의 기록을 내고 있다.

최경선은 "일본 선수 기록을 보면 내가 뒤로 처진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마라톤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최경선을 믿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