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앓다 회복한 건우가 수영장에 갔다가 의식을 잃으며 비극이 닥친다.
건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가 굳어버리는 급성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은 다음 날, 병원 생활에 필요한 짐을 챙기러 집에 갔던 길주가 갑작스럽게 숨진다.
길주의 동생 영주(이선빈)는 5개월 전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도 나오지 않은 언니가 건우와 같은 증상으로 죽음에 이른 데 의문을 품는다.
장례식을 중단하고 부검을 한 태훈과 영주는 직접 원인을 찾아 나선다.
영화 '공기살인'은 한 가정에 들이닥친 비극과 그 원인을 밝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1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1994년 처음 출시돼 17년 동안 1천만 병이 팔린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성분으로 95만명이 피해를 봤고 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원인불명 폐 질환으로 입원한 산모 4명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불거졌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독성 실험 결과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됐다.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이자, 최악의 화학 참사지만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판매한 기업과 관계자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고,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는 피해자 가족이면서 직접 사건을 파헤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인물들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사건 이후 대응 과정에 가까이 접근한다.
의사인 태훈은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5년 전 비슷한 환자들을 겪고 연구했던 교수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재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보건당국에 요청해 자신의 집에서 동물실험을 하면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
검사인 영주는 태훈을 도와 증거와 자료를 정리해 언론에 알리고 직접 기소하려 하지만, 기업의 공작으로 수사가 무산되자 변호사가 되어 피해자들을 대변한다.
피해자들의 사연과 슬픔, 고통을 간결하게 압축하는 대신, 주요 증인과 피해자, 정치인을 매수하고 시간을 끌며 증거를 조작한 기업과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정부와 정치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오랜 시간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위험하고도 비극적인 사건을 잊고 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전달하려는 노력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비극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선한 의지가 묻어난다.
그렇다고 메시지 전달에만 매몰된 것은 아니다.
실재 사건에 기반한 내용과 새로 창조해 낸 캐릭터가 만드는 결정적 반전들이 법정 드라마, 휴먼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더한다.
'노브레싱'(2013)으로 데뷔한 조용선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이 원작이다.
4월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