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주연대가 코스닥 기업의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최대주주 자리에까지 오르는 사례가 올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전문기업 티엘아이는 6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10.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김달수 전 대표 외 1인이 15.37% 지분을 보유한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 연대 조합' 외 1인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는 내용이다. 조합은 소액주주들이 만든 '민법상 투자조합'이다.

티엘아이는 LCD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을 만드는 회사다. 2019년을 제외하고 2017년부터 4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 주주연대조합의 대표자는 스타트업 셀라메스 대표인 조상준 씨다. 조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이 회사 지분 5.06%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조 대표의 지분 공시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달수 티엘아이 대표는 조 대표의 신사업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2월 그를 신사업개발 담당임원으로 신규선임했다. 당시 티엘아이는 경영참여를 선언한 소액주주와 최대주주가 분쟁을 벌이는 대신 손을 잡고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 사례로 소개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액주주들이 세를 결집하면서 김달수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고, 대표이사 자리는 홍세경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이후 조 대표가 자신이 이끄는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조합'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면서 조합은 15.36%를 보유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과거 투자조합들처럼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 인수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코스닥 부실 기업을 인수해 신규 사업을 할 것처럼 허위 공시를 한 뒤, 주가가 급등하면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법상 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될 경우 지분을 1년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예수 의무가 있는만큼 당장 주주조합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