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누군가가 곰에게 깃털을 한 주먹 급히 여기저기 붙인 다음 정신 못 차리는 멍한 야수를 나무 위에 올려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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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자 조너선 C. 슬래트는 연해주에서 블래키스톤물고기잡이부엉이(Blakiston's Fish Owl)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날개를 펴면 거의 2m에 달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 부엉이는 시베리아호랑이 못지않게 연해주의 야생성을 상징하는 종이다.
그는 최근 번역·출간된 '동쪽 빙하의 부엉이'에 물고기잡이부엉이 보전계획을 세우기 위해 연해주의 숲속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을 기록했다.
저자가 합류한 러시아 연구팀은 둥지를 틀 만한 커다란 구멍이 있는 나무, 물고기 사냥이 가능한 얼지 않은 강 지대, 소화되지 않아 토해낸 뼈나 털, 눈 위의 발자국 따위로 물고기잡이부엉이들을 추적했다.
확인된 개체들을 포획해 몸에 발신기를 붙인 뒤 몇 년간 쌓인 데이터로 분포예측지도를 그렸다.
저자는 종전에 알려지기보다 많은 735쌍이 지구상에 살고, 이 가운데 186쌍이 연해주에 서식한다고 추정했다.
"부엉이는 로데오 경기에서 박차를 착용한 카우보이처럼 발끝을 선명하게 남기고 뒷발가락 두 개로 눈 위에 선을 그리며 으스대듯 걸었을 것이다.
"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부엉이의 발자국, 짝을 지어 이중창으로 내는 울음소리, 스스로 먹이 잡는 법을 깨우치는 새끼 등 저자의 관찰은 세밀하면서 서정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물고기잡이부엉이 보전에서 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모색한다.
서식지의 절반가량을 관리하는 벌목회사와 협의해 차량통행을 일부 제한하고 부엉이가 둥지를 틀 만한 큰 나무는 베지 않도록 했다.
벌목을 완전히 금지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벌목에 생계를 의존하는 지역 주민들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숲이 적당한 조건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연어 사냥꾼인 물고기잡이부엉이들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부엉이들의 울음소리는 연해주에는 여전히 야생이 살아 숨 쉬며, 모든 것이 문제없다는 신호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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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수요일. 김아림 옮김. 420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