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연애 '고스팅 글로리아'·아기 훔친 커플 '천국에서 무덤까지'
리얼돌 디자이너의 사랑 담은 일본 영화 '로망스 돌'
사랑, 그 불가해한 마력…기묘한 로맨스 그린 영화 세 편
사랑은 마치 사고처럼 급작스럽고 난데없이 찾아온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로맨스도 있다.

이런 독특하면서도 기묘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가 잇따라 개봉해 관객에게 사랑의 마력을 전한다.

오는 14일 극장에 걸리는 우루과이 영화 '고스팅 글로리아'는 젊은 여자와 유령 간의 로맨스를 담았다.

마르셀라 마타, 마우로 사르세르 두 감독이 연출을 맡아 판타지와 로맨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완성했다.

서점에서 일하는 글로리아(스테파니아 토르토렐라 분)는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어도 연애는 영 젬병이다.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는 윗집 커플의 신음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계속되자 이사를 결심한다.

글로리아는 새집에서 새 출발을 결심하지만, 첫날 밤부터 기괴한 일이 벌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과 잠자리를 하게 된 것이다.

무섭긴 해도 전에 경험한 적 없는 강렬한 쾌감을 느낀 글로리아는 계속해서 유령과 밤을 보낸다.

유령은 글로리아가 진짜 남자와 데이트를 할 때면 질투심에 사로잡혀 방해 공작을 펼치기도 한다.

글로리아는 그런 유령에게 점차 연애 감정을 느끼면서 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참신한 소재와 묘하게 공감이 가는 스토리다.

현실성은 거의 없지만 볼수록 사람과 유령의 연애를 응원하게 된다.

서구 로맨틱 코미디 영화 특유의 시트콤식 유머도 곳곳에 있어 웃음까지 준다.

사랑, 그 불가해한 마력…기묘한 로맨스 그린 영화 세 편
반면 7일 개봉하는 미국 영화 '천국에서 무덤까지'는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커플이 범죄에 연루된 후 더 큰 절망으로 치닫는 과정이 담겼다.

콜린 시플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젊은 부부인 젠산(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과 루비(캐런 길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젠산은 일하던 패스트푸드점에서 해고되고, 지적 장애가 있는 루비마저 청소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두 사람의 앞길은 막막해진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은 여느 커플 못지않다.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를 앞다퉈 보호하려 한다.

젠산은 실직을 만회하려 투계 판에 돈을 걸었다가 노름꾼 남자를 죽인다.

그 사이 루비는 혼자 울고 있는 이웃집 아기를 훔친다.

둘은 결국 훔친 차를 타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을 다니기 시작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부부는 아이에게 정이 들지만, 부모가 돼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영화는 폭력 가정이 빚어낸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폭력의 굴레를 가장 절망적인 스토리를 통해 보여준다.

나중에 밝혀지는 젠산과 루비의 관계는 충격을 안기지만, 이들의 사랑은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기 어려워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주는 모습만큼은 비극적 스토리와는 상반되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사랑, 그 불가해한 마력…기묘한 로맨스 그린 영화 세 편
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 '로망스 돌'은 앞선 두 영화와 비교해도 논쟁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비윤리적이고 위법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리얼돌'이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나다 유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리얼돌을 만드는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

미대 출신인 데쓰오(다카하시 잇세이)는 완벽한 가슴 모양을 갖춘 리얼돌을 만들기 위해 진짜 여자의 가슴을 본뜨기로 하고 모델을 구한다.

유방암 환자용 의료 기구를 만드는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 모델 소노코(아오이 유우)는 순식간에 데쓰오와 사랑에 빠진다.

진짜 직업을 밝히지 않고 소노코와 만남을 이어가던 데쓰오는 결국 그와 결혼까지 골인한다.

소노코의 가슴을 활용한 리얼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데쓰오는 더 진짜 같은 리얼돌을 만들기 위해 일에만 몰두한다.

소노코는 가정에 소홀한 남편에게 실망을 거듭하면서 이혼을 결심한다.

뒤늦게 후회한 데쓰오는 아내를 붙잡는다.

하지만 소노코가 위암 판정을 받으며 행복은 찰나로 끝난다.

소노코는 죽기 전 남편에게 자신과 똑 닮은 리얼돌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제작하라는 아내와 그런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아가 수많은 남성에게 판매까지 하는 남편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노코가 죽은 뒤 오열하는 데쓰오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예쁜 얼굴과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고 거기에 순종적이기까지 한 아내는 일본 남성 상당수가 바라는 여성상이나 리얼돌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로맨스와 리얼돌을 엮은 신선한 시도와 두 사람의 아름다운 그림체는 볼 만한 요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