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친환경車 정책
정부가 지난달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차량은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카는 2025년 혹은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의 예상보다 빡빡한 스케줄이다. 갑작스러운 친환경차 ‘드라이브’에 자동차 업계 전체가 술렁이는 모양새다.

저공해차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1종은 배터리 및 수소전기차, 2종은 하이브리드카, 3종은 배출 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LPG·CNG 차 등이다. 정부는 이 중 1종만 남기고 나머지 차량에 대한 혜택과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시기상조 정책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공해차 전환 속도를 높여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주장이다.

업계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저공해차 혜택을 중단하면 이 차량을 샀던 소비자가 다시 디젤 등 내연기관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차 정책이 오히려 유해 배출가스를 늘리게 되는 셈이다. 상용차로 많이 쓰이는 LPG 차량의 대안으로 디젤 차량 구매가 늘면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하게 된다. 동급 차량 기준으로 디젤 차는 LPG 차보다 질소산화물을 93배 많이 배출한다.

연료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는 생애주기평가 관점에서도 저공해차의 역할이 여전히 많다. 해외에서 LPG 차 등을 친환경 차량 목록에서 배제하지 않는 배경이다. 유럽은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를 통해 모든 차량을 4~6단계로 세분화해 그룹별로 차등 대우를 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등은 하이브리드카와 LPG차를 전기차 다음 등급의 친환경차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미국은 LPG, CNG, 에탄올,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에너지를 대체 연료로 정하고 보급 정책을 펴고 있다. 전기차 확대를 유도하면서도 수송 에너지의 다양성을 고려해 등급을 나눈 것이다.

반면 환경부의 친환경차 정책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전기 및 수소차만 옳고, 나머지 대안은 그르다는 식이다. 경직된 시각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제조사의 생산능력 등 현실적인 문제나 에너지 다원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등 거시적인 문제가 도외시됐다. 대표적으로 배출가스를 줄여야 하는 소형트럭의 연 수요는 16만 대에 달하지만, 제조사의 전기트럭 생산능력은 4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꾸로 가는 친환경車 정책
당장 일어날 문제는 아니지만, 수송 동력원을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적 에너지 안보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간 미세먼지 저감의 주역이었던 하이브리드카와 LP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더 많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관련 산업과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유연하게 사고해야 할 때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 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