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들, 노정희 압박…일부선 상임위원단 향해 "선거 망친 자들이 분탕질"
21일 전체회의서 사전투표 부실관리 규명 TF출범…국힘 추천몫 조병현 위원이 TF 총괄
선관위 초유의 난맥상…노정희도, 상임위원단도 '책임론'(종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 이후 2주일이 지나도록 조직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 노정희 선관위원장 퇴진 요구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노 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한 상임위원들을 향해 일선 직원들이 역으로 사퇴를 요구하며 내부 혼란이 가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후폭풍이 이어진다면 선관위 조직의 재정비는 물론, 70여 일 남은 6·1 지방선거 준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 2천900여 명이 사용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지난 16일 '상임위원단 건의문'에서 노 위원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한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을 비판한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시·도 선관위를 책임지면서 선거 현장에 가장 밝은 고위직인 상임위원들의 뒤늦은 집단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한 직원은 게시글에서 "무슨 정치적인 이유로 이런 분탕질을 하는지 화난다"면서 "당신들이야말로 선거가 산으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함구하고 있다가 선거를 망친 자들이니 (사퇴한) 사무총장과 함께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직원은 인적 쇄신, 선거 장비 보수, 수당 현실화 등 상임위원의 건의문 요구 사항을 두고 "이번에 갑자기 발생한 문제들이 아니라 중앙에서 근무했던 시·도 상임위원들이 해결 못 하고 떠넘긴 것들 아니냐. 연판장을 돌린 본인들이 중앙자리에 있을 때 해결했어야 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글에 많은 경우 약 200개에 달하는 '찬성'이 달리는 등 공감 여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 건의문이 게시된 직후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서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도 올라왔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흔들림없이 준비하겠다"며 유임 의사를 표한 노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서는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복수의 인사가 전했다.

중앙사무처 수뇌부가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행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던 상황에서 현직 대법관으로 비상근직인 노 위원장이 선거 사무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과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는 의견 등이 분출하는 상황이다.

유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 선관위원 9명 중 상임위원을 포함해 2명이 대선 전부터 공석이고 선거사무를 총괄하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사퇴한 가운데 노 위원장 사퇴시 다른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추천된다고 해도 정치적 성향 등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방선거 이전에 임명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민주당도 사퇴 요구에 대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려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 더해 대한변호사협회 등도 거취 압박을 하는 상태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러한 컨트롤타워 난맥상과 외부의 질타 속에서 지방선거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 교육감 선거 등 7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선보다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데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계속 폭증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선거현장 사무에 참여해온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비협조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지방선거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데 선관위가 계속 흔들리면서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는 일단 사전투표 사태로 교체된 선거정책실장·선거국장의 후임이 21일 오후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정해지는 대로 지방선거 실무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선관위는 여론의 뭇매를 받은 사전투표 사태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외부 자문위원과 직원이 참여하는 TF 구성을 확정하고 활동을 개시한다.

조병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TF 총괄단장을 맡는다.

조 위원은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지명됐으며,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안이 가결됐다.

조 위원은 사시 21회로 부산지법원장, 서울고법원장을 역임했으며, 2013∼2019년에도 중앙선관위원을 지냈다.

TF는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바탕으로 오는 6·1 지방선거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선관위 초유의 난맥상…노정희도, 상임위원단도 '책임론'(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