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만들고 패션쇼도 진행…'구광모도 엄지척' LG AI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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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2030년 이후 먹거리 찾아야”
수십년간 해결 못한 난제 AI로 풀어내
자체 대학원 설립해 엔지니어 육성
2030년까지 그룹 내 1000여명의 AI 전문가 둘 예정
수십년간 해결 못한 난제 AI로 풀어내
자체 대학원 설립해 엔지니어 육성
2030년까지 그룹 내 1000여명의 AI 전문가 둘 예정
음악을 작곡하고, 이미지를 창작할 줄 아는 AI(인공지능), 맞춤형 항암 치료제의 개발 기간을 줄여주는 예측모델, 말의 문맥까지 이해하는 챗봇….
LG AI 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한 기술들이다. 모두 세계적으로 사례를 손에 꼽는 난이도여서 수십년 간 해답을 찾지 못했던 문제였다.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은 지난해에만 이같은 난제 18건을 해결했다.
○미래는 AI에 있다
지난 25일 서울 마곡동 LG AI연구원에 들어서자 ‘아 지겨워’라고 크게 쓰여진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고 싶은 연구 원 없이 하는 것도 지겹다는 반어법이었다. 그 옆에 붙은 포스터에는 ‘바쁘니까 말 걸지 마세요’ 라고 쓰여있었다. 이곳에서는 연구원 190명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발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LG가 AI 연구원을 열게 된 배경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구 회장은 취임 초 이사진 회의에서 “LG가 배터리·전장 등 향후 10년 먹을 거리는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며 “2030년대에도 성장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AI를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에서 AI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배경훈 당시 상무를 연구원장으로 발탁하며 그룹 전체의 AI 역량을 끌어올릴 조직을 열어달라는 미션을 맡겼다.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직접 전무로 스카웃한 이도 구 회장이었다. 총수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은 LG AI 연구원은 엔지니어들이 본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만반의 환경을 갖췄다. 조직문화 담당자를 따로 두고 연구 외 다른 걱정을 하지 않도록 수시로 분위기와 업무환경을 점검한다. 휴게공간에는 콘솔 게임기 여러대가 배치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복장도 자유롭다. 배 원장부터 트레이닝 복을 입고 출근할 정도다.
출범 1년 만에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이 대표적이다. AI의 신경망인 파라미터가 3000억개에 달해 사람의 뇌처럼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다. 각 분야에 응용하면 전문가 수준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AI 인간을 개발하는 게 가능하다. 이달 초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한 AI 인간 ‘틸다’는 엑사원을 패션에 접목시킨 사례다.
○LG에 꼭 맞는 엔지니어 육성
올초 정식 출범한 사내 AI 대학원에서는 ‘LG 맞춤형’ 엔지니어를 육성한다. 방학 없는 집중 교육을 통해 석사과정은 9개월, 박사과정은 18개월 코스로 운영하고, 졸업 후에는 사내에서 학위로 인정된다. 비학위 과정인 ‘엑스퍼트 코스’도 별도로 운영한다.
각 계열사 직원들이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다. 이들은 계열사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연구 과제로 삼는다. 이어 사내 전문가로 꾸려진 교수진으로부터 AI 지식을 배운 뒤 과제에 적용하고, 학회지 등재 수준의 논문을 작성한다. 이후 계열사로 다시 돌아가 AI 역량을 퍼뜨리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석·박사 과정을 시범운영한 결과 LG디스플레이는 AI를 활용해 같은 화면에 픽셀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AI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재고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 회장도 지난해 말 업무보고를 받은 뒤 크게 만족했다고 알려졌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연구에만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올 초에는 직접 사외이사진을 초대에 AI 연구원 및 대학원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11명의 신입생이 AI 대학원에 입학하고, 30명이 엑스퍼트 코스를 등록해 역량을 키운다. 제조 공정의 이상을 즉시 감지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기술, LG화학 나프타 제조공정에서 숙련된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컨트롤 작업을 로봇으로 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과제로 선정됐다.
LG는 AI 인재 확보·육성에 2023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그룹 내 1000여명의 AI 전문가를 둘 계획이다. 김향미 LG AI대학원 섹터장은 “내년에는 대학원 정원을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마치 프로 야구선수를 육성하듯 AI 전문가 집단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LG AI 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한 기술들이다. 모두 세계적으로 사례를 손에 꼽는 난이도여서 수십년 간 해답을 찾지 못했던 문제였다.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은 지난해에만 이같은 난제 18건을 해결했다.
○미래는 AI에 있다
지난 25일 서울 마곡동 LG AI연구원에 들어서자 ‘아 지겨워’라고 크게 쓰여진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하고 싶은 연구 원 없이 하는 것도 지겹다는 반어법이었다. 그 옆에 붙은 포스터에는 ‘바쁘니까 말 걸지 마세요’ 라고 쓰여있었다. 이곳에서는 연구원 190명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발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LG가 AI 연구원을 열게 된 배경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구 회장은 취임 초 이사진 회의에서 “LG가 배터리·전장 등 향후 10년 먹을 거리는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며 “2030년대에도 성장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AI를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에서 AI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배경훈 당시 상무를 연구원장으로 발탁하며 그룹 전체의 AI 역량을 끌어올릴 조직을 열어달라는 미션을 맡겼다.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직접 전무로 스카웃한 이도 구 회장이었다. 총수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은 LG AI 연구원은 엔지니어들이 본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만반의 환경을 갖췄다. 조직문화 담당자를 따로 두고 연구 외 다른 걱정을 하지 않도록 수시로 분위기와 업무환경을 점검한다. 휴게공간에는 콘솔 게임기 여러대가 배치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복장도 자유롭다. 배 원장부터 트레이닝 복을 입고 출근할 정도다.
출범 1년 만에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이 대표적이다. AI의 신경망인 파라미터가 3000억개에 달해 사람의 뇌처럼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다. 각 분야에 응용하면 전문가 수준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AI 인간을 개발하는 게 가능하다. 이달 초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한 AI 인간 ‘틸다’는 엑사원을 패션에 접목시킨 사례다.
○LG에 꼭 맞는 엔지니어 육성
올초 정식 출범한 사내 AI 대학원에서는 ‘LG 맞춤형’ 엔지니어를 육성한다. 방학 없는 집중 교육을 통해 석사과정은 9개월, 박사과정은 18개월 코스로 운영하고, 졸업 후에는 사내에서 학위로 인정된다. 비학위 과정인 ‘엑스퍼트 코스’도 별도로 운영한다.
각 계열사 직원들이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다. 이들은 계열사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연구 과제로 삼는다. 이어 사내 전문가로 꾸려진 교수진으로부터 AI 지식을 배운 뒤 과제에 적용하고, 학회지 등재 수준의 논문을 작성한다. 이후 계열사로 다시 돌아가 AI 역량을 퍼뜨리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석·박사 과정을 시범운영한 결과 LG디스플레이는 AI를 활용해 같은 화면에 픽셀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AI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재고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 회장도 지난해 말 업무보고를 받은 뒤 크게 만족했다고 알려졌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연구에만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올 초에는 직접 사외이사진을 초대에 AI 연구원 및 대학원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11명의 신입생이 AI 대학원에 입학하고, 30명이 엑스퍼트 코스를 등록해 역량을 키운다. 제조 공정의 이상을 즉시 감지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기술, LG화학 나프타 제조공정에서 숙련된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컨트롤 작업을 로봇으로 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과제로 선정됐다.
LG는 AI 인재 확보·육성에 2023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그룹 내 1000여명의 AI 전문가를 둘 계획이다. 김향미 LG AI대학원 섹터장은 “내년에는 대학원 정원을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마치 프로 야구선수를 육성하듯 AI 전문가 집단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