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용 영진위원장 "개봉 미룬 영화 지원해 선순환 물꼬 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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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코로나 타격' 속 취임 한 달…"내달부터 현장 목소리 청취"
"영진위, 영화 생태계 조성 중심 될 것…장기목표는 세계 5대 영화 강국" 극장 관객 2억2천만명, 천만 영화 5편,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세계 1위, 한국과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 2019년 한국 영화 산업의 화려한 성적표다.
이듬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 동안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은 70% 이상 뚝 떨어졌다.
코로나 위기와 맞물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극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지해 온 한국 영화 산업은 말 그대로 '고사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은 전임자 두 명을 거치면서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자리를 이어받았다.
중차대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비하면 박 위원장 역시 시간이 많지는 않다.
위원장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앞서 비상임위원으로 지낸 1년을 제하고 남은 2년 동안 영진위를 이끌게 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추상적인 장기 계획을 세울 상황이 못 된다"며 "3년 단위의 중기 계획 수립과 실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진위도 국가기관이다 보니 '관스러운' 목표 설정이나 계획 수립을 해 왔다"며 "이제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방향을 정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꽁꽁 얼어붙은 영화 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출발점은 그동안 제작해놓고 쌓여있는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지원이 시급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밀려 있는 영화들부터 개봉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면 극장에서 숨통이 트이고 배급사와 제작사 쪽으로 연결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계 각 부문 인사 503명은 한국 영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면서 "소수 극장 체인의 독과점과 상영·배급 겸업 등에 따른 폐해로 중소 제작·배급사, 상영관이 사라지고 영화 제작-배급-상영의 선순환 구조가 파괴되는 시장 실패가 깊이 뿌리내렸고, 그것을 바로잡는 공공 정책 부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긴급 예산 편성과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체계 도입,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영화를 만드는 개인으로서는 당연히 공감하는 내용도 있지만, 예산 편성이나 규제 등은 영진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해 왔던 것들이고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다음 달부터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당장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장기적인 비전도 강조했다.
지난달 위원장 선출 당시 "영화와 영진위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라고 의견을 밝혔던 그는 "다른 위원들과 토론하며 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며 "영화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OTT 등 새로운 이슈들이 생기면서 영화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영진위 안팎에서 해왔어요.
초반에는 극장으로 한정됐던 플랫폼이 다양하게 확대되는 것처럼 영화의 개념도 '확장'의 의미에서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영화의 개념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영화를 모든 영상 콘텐츠의 근간으로 보고 뿌리부터 튼튼하게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거죠."
박 위원장은 "정체성과 기능을 재정립한 영진위가 건강한 영화 생태계 조성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상업 영화는 물론, 실험·독립·예술·단편 영화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 문화를 선도하고 5대 영화 강국으로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정책과 학술, 비평 분야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며 "영화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아우르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영진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단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박 위원장은 "영화와 영상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봉준호 같은 감독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한두 편 제작 지원한다고 '기생충'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진위, 영화 생태계 조성 중심 될 것…장기목표는 세계 5대 영화 강국" 극장 관객 2억2천만명, 천만 영화 5편,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세계 1위, 한국과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 2019년 한국 영화 산업의 화려한 성적표다.
이듬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 동안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은 70% 이상 뚝 떨어졌다.
코로나 위기와 맞물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극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지해 온 한국 영화 산업은 말 그대로 '고사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은 전임자 두 명을 거치면서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자리를 이어받았다.
중차대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비하면 박 위원장 역시 시간이 많지는 않다.
위원장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앞서 비상임위원으로 지낸 1년을 제하고 남은 2년 동안 영진위를 이끌게 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추상적인 장기 계획을 세울 상황이 못 된다"며 "3년 단위의 중기 계획 수립과 실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진위도 국가기관이다 보니 '관스러운' 목표 설정이나 계획 수립을 해 왔다"며 "이제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방향을 정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꽁꽁 얼어붙은 영화 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출발점은 그동안 제작해놓고 쌓여있는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지원이 시급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밀려 있는 영화들부터 개봉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면 극장에서 숨통이 트이고 배급사와 제작사 쪽으로 연결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계 각 부문 인사 503명은 한국 영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면서 "소수 극장 체인의 독과점과 상영·배급 겸업 등에 따른 폐해로 중소 제작·배급사, 상영관이 사라지고 영화 제작-배급-상영의 선순환 구조가 파괴되는 시장 실패가 깊이 뿌리내렸고, 그것을 바로잡는 공공 정책 부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긴급 예산 편성과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체계 도입,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영화를 만드는 개인으로서는 당연히 공감하는 내용도 있지만, 예산 편성이나 규제 등은 영진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해 왔던 것들이고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다음 달부터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당장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장기적인 비전도 강조했다.
지난달 위원장 선출 당시 "영화와 영진위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라고 의견을 밝혔던 그는 "다른 위원들과 토론하며 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며 "영화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OTT 등 새로운 이슈들이 생기면서 영화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영진위 안팎에서 해왔어요.
초반에는 극장으로 한정됐던 플랫폼이 다양하게 확대되는 것처럼 영화의 개념도 '확장'의 의미에서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영화의 개념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영화를 모든 영상 콘텐츠의 근간으로 보고 뿌리부터 튼튼하게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거죠."
박 위원장은 "정체성과 기능을 재정립한 영진위가 건강한 영화 생태계 조성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상업 영화는 물론, 실험·독립·예술·단편 영화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 문화를 선도하고 5대 영화 강국으로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정책과 학술, 비평 분야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며 "영화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아우르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영진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단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박 위원장은 "영화와 영상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봉준호 같은 감독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한두 편 제작 지원한다고 '기생충'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