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지방은 세포막을 형성하고 체온조절을 돕는다.

인간의 뇌는 약 60%가 지방 성분이다.

양초와 비누·립스틱처럼 지방이 포함된 물건은 생각보다 많다.

지방은 어디에나 있고 인간을 존재하게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통제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이자 투쟁의 대상으로 여긴다.

미국 역사학자인 한네 블랭크는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에서 서구 기독교 전통과 인종·계급주의, 성차별 문화의 맥락에서 지방 혐오의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세 페르시아 의학자들은 몸에 지방이 풍부하면 영양상태가 좋다고 판단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는 금식을 성스러운 행위로 여기고, 마른 몸으로 신앙을 증명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같은 인식은 유럽이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비유럽인과 유색인에게도 강요됐다.

산업화와 의학의 발전은 비만 혐오에 날개를 달았다.

평균적 시민의 몸을 전제로 한 기성품, 자본주의 고도화와 함께 생겨난 체중감량 산업은 '지방과의 전쟁'을 부추겼다.

지방을 둘러싼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채 지방과의 전쟁에 전력을 다하는 세태는 저자에게 일종의 블랙코미디다.

"본래 큰 탈 없이 만들어진 우리 몸을 두고 뭔가 잘못되고 나쁘다며 손가락질하는 세상이야말로 모든 문제의 원흉이다.

" 그러면서 19세기 낭만주의의 미적·철학적 개념인 '숭고함'이 지방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통제당하지 않으며, 경이로운 동시에 위험하고, 겸손하면서도 의기양양한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황소자리. 이은정 옮김. 232쪽. 1만3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