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믿고 듣는' 보컬그룹…"활동 원동력은 음악과 팬들"
멤버 변화 없이 꾸준히 활동…"10년·20년 뒤에도 노을로 만나길"
'노을'이 빚은 20년 음악풍경…"따뜻한 포옹 건네는 가수였으면"
다양한 빛깔이 어우러진 노을처럼 노래 하나로 뭉친 이들이 있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노래하고 싶어서 모인 네 사람.
탄탄한 가창력에 작사·작곡 능력까지 겸비한 이들은 늘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서로 웃고 위로한 시간만 해도 20년, 누군가가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2002년 12월 '붙잡고도'로 데뷔한 보컬 그룹 노을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스무 살 안팎 앳된 모습으로 만난 멤버들은 이제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전부 너였다', '그리워 그리워', '하지 못한 말', 청혼' 등의 곡은 세대를 초월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노을은 "연습생 시절 가수를 준비했을 때만 해도 20년간 활동하리라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더 이상곤은 그룹이 결성된 처음부터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노을은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박진영이 SK텔레콤 이동통신서비스인 모바일 멀티미디어 '준(June)'을 통해 데뷔시켜 '세계 최초 모바일 그룹'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었다.

이상곤은 "우리 네 명은 서로 알았던 사이도 아니고 오디션으로 만났다.

한 사람(박진영)이 뽑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네 사람이 모여 20년간 같이 할 수 있다는 건 운이 좋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후 멤버 교체 없이 긴 세월을 함께한 점은 멤버들 모두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상곤은 "멤버 변화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는 개인적으로나, 팀으로서나 자부심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20년의 기록이지만 앞으로 하루하루 그 기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을'이 빚은 20년 음악풍경…"따뜻한 포옹 건네는 가수였으면"
나성호는 군 복무 등으로 보낸 5년간의 공백기를 언급하며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에 공백을 겪고 넷이 다시 뭉치고 활동하면서 조금 더 끈끈한 게 생겼다"고 돌아봤다.

멤버들은 20년 활동의 원동력으로 음악, 그리고 팬들을 꼽았다.

"노을로써 표현하는 음악, 바라보는 방향이 잘 맞아요.

그리고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100점 만점에 100점이죠. 간혹 공연하다 멤버들이 가사를 잊어버려도 팬들은 다 기억하시죠. 하하" (강균성)
노을은 최근 발표한 곡으로 '믿듣(믿고 듣는) 노을표 발라드'라는 수식어를 또 한 번 증명했다.

음악 프로젝트 '말하는'의 첫 주자로 나서 발표한 '잊을 수 있을까'는 지난 10일 오후 발매된 직후 음원사이트 지니뮤직·벅스 등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다른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전우성은 "활동하면서 대중에 알려진 노래도 점차 늘었는데 많은 분과 추억을 공유하는 느낌"이라며 "'믿듣 노을'이란 댓글을 종종 봤는데 그만큼 편하게, 또 호감 가지고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을은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수원·부산·대전 등 전국을 돌며 팬들과 만났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일부가 취소·연기되기도 했다.

멤버들은 지난 3개월간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마음으로 매 순간 긴장했다고 했다.

이상곤은 "약 2년 만에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 첫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런 시기에 많은 분을 모시고 노래한다는 게 죄송하기도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노을'이 빚은 20년 음악풍경…"따뜻한 포옹 건네는 가수였으면"
강균성은 "막이 올라가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

방역 지침에 따라 함성을 지르지 못하는데 본인도 모르고 '와' 하는 팬들 목소리를 들으니 울컥해 어떤 날은 내가 울고 다른 날은 멤버들이 울고 했다"고 말했다.

노을은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도 묵묵히 음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매년 6월에는 소극장 콘서트를, 연말에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해왔는데 올해 역시 많은 자리에서 팬들과 만나는 게 목표다.

다양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미니음반(EP)도 고민하고 있다.

나성호는 지난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을 언급하며 "데뷔한 뒤 '반짝' 활동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부침을 이겨내고 단단하게 오랜 기간 활동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노을로 함께하는 게 목표"라며 "오랜 기간 꾸준히 음악을 하다 보면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바랐다.

멤버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특히 건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우성은 "멤버들 얼굴을 찬찬히 보니 많이는 안 늙었구나 싶은데 10년 더 지나면 어떨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음악이라는 게 작업할 때 집중도가 큰 데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터라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새 보컬 그룹의 '큰 형'이 된 노을은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모두가 태양처럼 치열한 삶을 살죠. 그런데 해가 저물면 강한 햇빛이 아니라 따스한 노을이 있어요.

노을처럼 따뜻한 포옹을 건네는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 (강균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