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가려진 지옥…동물 학대를 돈으로 따져봤다 [쓰리고]
2022년 우리 사회의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동물 학대'가 아닐까 합니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토치로 불태운 영상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다리에 밧줄이 묶인 말이 처참하게 쓰러지는 장면이 온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촬영 일주일 뒤 말은 사망했고, 드라마도 한 달이 넘게 방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윤리적으로 동물 학대가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압니다.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경제 시사프로그램 '쓰리고'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습니다. 동물 학대에서 윤리를 걷어내고, 경제적인 이유만을 따져봤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어떤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동물 복지 비즈니스'로 성공 중인 사람들까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르면 손해, 알면 이익. 동물 학대를 돈으로 따져봤습니다.

● 밧줄은 30만 원, CG는 1천만 원

먼저 낙마 촬영씬을 숫자로 살펴볼까요. 보통 촬영에 필요한 말 1필을 대여하는 값은 30만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대안으로 꼽히는 영상 특수효과, CG는 적어도 1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확실히 와이어를 묶는 것이 저렴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과연 제작 비용을 아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방영 지연, 제작비, 외부 이미지 등을 종합하면 결코 아니라는 게 결론입니다.

● 개 번식장, 연매출 2~3억…"세금? 없죠"

이번에는 대표적인 동물 착취 비즈니스로 꼽히는 개 번식장으로 향합니다. 제보를 받은 곳은 220마리 규모 무허가 번식장입니다. 현장에서는 불탄 개 발이 나오는 등 학대·도축의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이곳의 연매출은 약 3천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불법이다 보니 세금도 없습니다. 일부 번식장의 경우 연매출이 2-3억 원을 기록한다는 말도 나오는 현실. 이들은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죄를 적용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단속만 잘 된다면, 위의 번식장 주인은 마진이 아예 남지 않게 됩니다.

● 착취 비즈니스,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작년 한해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람 중 펫숍에서 구입했다는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22.5%).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동물의 복지를 갖춰주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 중인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펫나우, 아픔을 감추기 바쁜 고양이가 어디가 아픈지 감지하는 우주라컴퍼니 등이 그 사례입니다. '수레이너(수의사+트레이너)'로 유명한 설채현 수의사와도 만나 그가 원장으로 있는 럭셔리 반려 시설을 둘러봅니다. 착취를 멈추고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큰돈을 버는 현실을 집중 조명합니다.

연출 황윤욱

글·구성 이재연

조연출 이영환 고세형

자료조사 박조은

촬영 이성근

촬영보조 이주호
천국에 가려진 지옥…동물 학대를 돈으로 따져봤다 [쓰리고]
배성재 기자·이준호 기자·이민재 기자·황윤욱 PD
천국에 가려진 지옥…동물 학대를 돈으로 따져봤다 [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