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시스템온칩·SoC)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 대만 TSMC와의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인텔은 ‘인베스터데이 2022’에서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관련 사업 조직인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인텔 인베스터데이는 투자자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다.

인텔이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품목은 프로세서다. 인텔은 10년 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현재의 두 배에 육박하는 11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프로세서를 사례로 들었다. 인텔 측은 “완성차업체의 자동차 제조 비용 중 프로세서는 4%를 차지해왔지만 2030년엔 이 비중이 20%로 커질 것”이라며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프로세서는 기기에 따라 PC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자동차에서는 SoC 등으로 불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인텔이 자사의 CPU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SoC 파운드리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oC 파운드리는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선단공정 기술력이 필요해 지금은 삼성전자와 TSMC만 제조가 가능한 분야다. 인텔이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두 업체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인텔은 이날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무기를 공개했다. 먼저 고성능 개방형 자동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조업체에 솔루션으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세화 공정과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차량용 파운드리에 최적화한 기술을 제공하고, 내연기관차를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완성차업체에 기술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최근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입해 인수한 이스라엘 파운드리업체 타워반도체를 통해 차량용 통신(RF), 센서 등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선단공정 기술 개발 진행 과정도 공개했다. 인텔은 올해 출시하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모두 인텔 7공정(개선한 10나노)으로 제조한다고 밝혔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인텔 4공정(7나노)은 올해 하반기 제조 준비를 마친다. 트랜지스터 성능이 이전 공정 대비 20% 향상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