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장] 최민정 금메달 순간 베이징 한인타운도 환호성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간판 최민정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1,500m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베이징 최대 한인 거주지 왕징(望京)에서도 환호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대회 13일째인 이날 오후 교민들은 삼삼오오 왕징 지역 한국 식당을 찾아 TV를 통해 쇼트트랙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당국이 일반인에게 경기 티켓 판매를 하지 않아 직접 경기를 관전할 수 없게 되자 평소 찾던 식당에 모여 우리 선수들 응원에 나선 것이다.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준결승부터 경기를 지켜보던 교민들은 최민정과 이유빈의 결승이 확정되자 환호했고, 안타깝게 결승에 오르지 못한 김아랑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결승에서 최민정이 8바퀴 남기고 주특기인 아웃코스 질주를 시작해 2위 그룹과의 거리를 벌리자 "역시 최민정"이라거나 "정말 대단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민정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일부 교민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일부 교민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교민 김모(44) 씨는 "왕징에서 차로 20분이면 쇼트트랙 경기장에 갈 수 있는데 이렇게 감격스러운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면서도 "집에서 TV를 보는 것보다는 다른 교민들과 응원하고 저녁도 먹을 겸 가족과 함께 외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 이모(52) 씨는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탈락한 사실을 언급한 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응원이 필요한 게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교민들은 앞서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곽윤기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중국 선수들이 이날 쇼트트랙 두 종목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대회 기간 불거진 한중 양국 국민감정의 골이 극복되기를 기대했다.

베이징 시내 한 맥주집에서 경기를 관전한 20대 회사원 양(楊)모 씨는 한국이 은메달을 딴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경기 결과에 대해 "중국 선수가 동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심리적 부담이 컸던 것인지 넘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양 씨는 판정 논란 등을 둘러싼 한중 민간의 감정 악화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편견이 없는데 주변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개한 뒤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딴 쑤이밍(중국)의 코치가 일본인이었고 쇼트트랙에 한국인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빅토르 안) 코치가 있다"며 "중한 사이의 다리가 되어 줄 감동적인 일이 앞으로 있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20대 남성 저우(周)모 씨는 역시 한중 양국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최민정이 우승한 여자 1,500m 결승에 대해 "공정한 경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스포츠 경기 중 마찰은 늘 있는 것인데, 이성적으로 대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