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등·공급망 위축에 기업 부담 가중…물가 견인할수도
삼성·LG전자, 현지 주재원 귀국 조치…美 제재 등 파급효과 촉각
우크라 침공시 유가·기업활동 전방위 타격 우려…'업계 비상'
산업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국제 유가 상승, 공급망 위축 등의 삼중고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쟁으로 국제 정세에 위기 상황이 조성되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대립이 격화할 경우 원자재 수입부터 우리 기업의 활동까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우크라 침공시 유가·기업활동 전방위 타격 우려…'업계 비상'
◇ 유가 급등 전망에 곡물가격도 비상…기업 원가 부담 가중
14일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인데다가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지리적 특성상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전쟁 발발 시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견된다.

이미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유가가 12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갈등 장기화로 90달러를 상회하는 유가 흐름이 고착화되면 물가 압력의 빠른 둔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히 국내와 같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의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의 경우 그만큼 원료비 지출 부담이 늘어나게 되며 석유화학업계도 원재료 상승 압박이 가중된다.

이들 기업이 이같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전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이 기간에 수익 감소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유업계도 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급등 시 단기적으로는 재고 관련 이익이 커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까지 이어지면 고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고, OPEC에서 고유가 완화를 위한 추가 증산을 결정한다면 유가 상승폭이 줄고 수요도 위축되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밀, 옥수수 등 곡물자원 수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제 곡물시장의 공급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곡물가 인상은 식음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다.

우크라 침공시 유가·기업활동 전방위 타격 우려…'업계 비상'
◇ 삼성 등 현지생산 기업 비상…미국 제재 시 영향에도 촉각
국내 기업 중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현지 공장이나 법인을 운영 중인 곳도 상당수여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는 등 다수의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실제 전쟁 발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며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이던 주재원을 귀국 조치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비상계획을 수립하며 사태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주재원과 가족들의 현지 출국을 완료했다.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 모두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러시아 침공이 가져올 연쇄적 파급 효과에 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은 대부분 인근 국가에 판매하는 용도여서 개별 공장의 가동 차질이 가져올 영향은 제한적으로 예상돼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대부분 러시아와 인근 국가에 판매되는데, 전체 시장 규모가 유럽보다 크지 않은 편"이라며 "개별 공장 가동 차질보다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유럽 등 서방이 경제제재나 수출 제한 등을 가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영향권에 들 수 있는데 이로 인한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예컨대 미국이 러시아에 반도체 제제를 거론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영향권에 들 수 있고, 수출입 제제 발동 시 유럽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문제도 불거지는 등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인 국내 경제 특성상 연쇄 타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수입 증가폭이 수출 증가폭을 앞지르며 지난 1월 국내 무역적자는 48억9천만달러에 육박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잇달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한 수급관리 TF를 열어 국제 유가 및 공급망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26일 업계와 '제18차 산업안보TF 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공급망에서의 수급 상황을 살펴봤으며 지난 9일에도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제12차 회의'를 열어 비상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