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5연패 전북의 주장 홍정호, 울산 입단 '절친' 김영권과 선의의 경쟁 다짐
"작년 무승 수원FC에 꼭 이겨보고 싶어…올해 MVP도 전북에서 나오길"

K리그 MVP 홍정호가 '신입' 김영권에게 "누가 우승해도 축하를"
2021년은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중앙 수비수 홍정호(33)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다.

전북은 지난해 K리그 사상 최초의 5연패 및 통산 9번째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서 처음 주장을 맡은 홍정호는 K리그1 36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에 한 몫 단단히 했다.

홍정호가 이끄는 전북 수비는 팀 최소 실점(37골)을 기록했다.

홍정호는 수비수로는 24년 만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K리그 2022시즌은 11월에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역대 가장 이른, 오는 19일 킥오프한다.

8일 전북 선수단이 동계훈련 중인 전남 목포에서 만난 홍정호도 지난 시즌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예년보다 휴식도 적었지만, 홍정호는 "지난 시즌의 좋은 폼,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너무 좋은 시즌을 보내 올해도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MVP에 마땅한 경기력도 보여줘야 해 부담감도 있다"면서 "개막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 MVP 홍정호가 '신입' 김영권에게 "누가 우승해도 축하를"
올해 전북은 개막전에서 수원FC와 맞붙는다.

전북은 지난해 승격팀 수원FC와 맞대결에서 2무 2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챔피언 전북이 지난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은 수원FC뿐이다.

홍정호는 '올해 전북이 6연패에 도전하는 데 있어 가장 껄끄러운 팀이 어디냐'는 물음에 "작년에 붙어보니 이제 쉬운 팀은 하나도 없더라. 매 경기 승점을 쌓아야 하고 이겨야 한다"면서 "그래도 꼭 이기고 싶은 팀은 수원FC다"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시즌 마지막까지 전북과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눈물을 삼켰던 울산 현대와의 '현대가(家) 더비'는 올해도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새 시즌을 앞두고 전북의 맞수 울산에 입단한 김영권과 홍정호 간의 중앙수비수 대결에도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19세 이하(U-19) 대표팀부터 시작해 A대표팀까지 함께 뛰면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던 '절친'이다.

2010년 일본 FC도쿄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영권은 오미야 아르디자(일본), 광저우 헝다(중국)를 거쳐 2019년부터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아직 K리그에서 뛴 적은 없다.

K리그 MVP 홍정호가 '신입' 김영권에게 "누가 우승해도 축하를"
홍정호의 김영권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북과 감바 오사카의 맞대결 때 그라운드에서 마주 섰다.

당시를 김영권과의 첫 대결로 기억하는 홍정호는 단짝을 K리그 상대 팀 선수로 만나게 된 데 대해 "아무래도 비교가 많이 될 것이다.

울산과 경기뿐만 아니라 라운드마다 비교될 것"이라면서도 "영권이와는 '좋은 모습으로 부상 없이 잘하자. 누가 우승하든 축하해 주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K리그 데뷔를 앞둔 김영권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워낙 경험이 많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전북은 경쟁팀들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다.

홍정호는 이에 대해 "선수 영입은 많이 안 됐지만 기존 자원들에 좋은 선수가 많아 올해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 많다는 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북의 힘'을 믿었다.

다만 김민혁의 성남FC 이적으로 전북의 중앙수비수 자원이 홍정호, 구자룡, 최보경 셋 정도밖에 없다는 것은 걱정이다.

홍정호는 "중요한 자리라 부상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면서 "우리 중앙수비수들이 잘 버텨준다면 올해도 전북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MVP 홍정호가 '신입' 김영권에게 "누가 우승해도 축하를"
올해 홍정호의 개인적인 목표도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르고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 번도 못 해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꿈도 꾼다.

올해 MVP 후보를 꼽아달라는 말에 홍정호는 "전북이 우승하고 다시 우리 팀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백승호, 송민규와 외국인 선수인 일류첸코, 쿠니모토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동료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MVP 2연패에 대한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욕심은 나지만…"이라며 맡 끝을 흐리고는 "올해는 MVP보다 4년 연속 베스트11에 선정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해 처음 주장을 맡은 터라 "제 것 하기도 바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 홍정호는 "최고의 선수들이 자기만의 축구를 내려놓고 하나로 뭉쳐 팀을 위한 축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더욱 소통하며 팀을 이끌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도 드러냈다.

"전북 말고 K리그에서 다른 팀에 가고 싶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 그는 "전북은 비전이 있는 팀이고 계속 발전하는 팀이다.

전북에 온 것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축구 인생에 소망이 있다면 전북에서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