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100주기…미공개 단편 '밤이 오기 전에' 출간
20세기 모더니즘 대표 작가인 프랑스 출신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 100주기를 맞아 국내 미공개 단편이 담긴 소설집이 처음 출간됐다.

출판사 현암사는 프루스트의 미공개 소설을 수록한 단편선 '밤이 오기 전에'를 유예진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번역으로 펴냈다고 7일 밝혔다.

이 책에는 프루스트가 20대 초·중반에 쓴 작품 18편이 담겼다.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중 미완의 글도 있지만, 프루스트가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기까지의 작가적 실험과 모험을 엿볼 수 있다고 현암사는 소개했다.

책은 2부로 구성됐다.

1부에 실린 6편은 프루스트 생전 발표한 작품이며 2부의 12편은 사후 발굴한 원고들이다.

2부 작품 중 8편은 프랑스에서도 2019년 처음 공개됐다.

1부에는 짝사랑하는 이의 심리 변화를 포착한 '무관심한 이', 죽음을 앞둔 여인이 동성을 사랑한 '죄'를 고백하는 형식인 '밤이 오기 전에',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바닷가에 대한 예찬인 '노르망디의 것들' 등이 실렸다.

2부에는 뜻하지 않은 이에게서 고백 편지를 받은 여인의 고뇌를 그린 '미지의 발신자', 이 책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 중 유일하게 비극성을 띠지 않고 사랑을 담담하게 표현한 '어느 대위의 추억', 병약한 사람만이 가지는 예민함이란 재능에 관한 이야기인 '요정들의 선물' 등이 담겼다.

단편집에는 사랑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며 예술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작가의 관점이 관통한다.

40대에 발표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룬 주요 테마인 '불가능한 사랑'과 '구원으로서의 예술'이 이 무렵부터 머릿속에 구체화 됐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단편집에는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다룬 글이 4편에 이른다.

10대 시절 동성애 성향을 자각한 프루스트는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러 편 썼지만, 첫 작품집 '즐거움과 나날'(1896)에는 싣지 않았다.

프루스트 전공자이자 관련 저서를 다수 번역·집필해온 유예진 교수는 이번 단편집에 수록한 해설에서 "(자신의 작품이) 주제에 있어서 어느 한 방향으로 고정되기를 거부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프루스트 100주기를 맞아 하반기에도 관련 책이 잇따른다.

민음사는 10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 13권)를 완간한다.

문학동네도 11월 프루스트가 20~25세에 쓴 미발표 원고를 묶은 소설집 '미지의 교신상대 외'(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