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손해배상 소송 전 확인해야 할 것들 [이성우의 변론노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초유의 2215억원 횡령 사태' 오스템임플란트
회사가 중요사항 기재 안 했다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회사가 "주의 기울였다" 증명 땐 책임 면제
"형사사건 경과 지켜본 뒤 소송 제기 권고"
'초유의 2215억원 횡령 사태' 오스템임플란트
회사가 중요사항 기재 안 했다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회사가 "주의 기울였다" 증명 땐 책임 면제
"형사사건 경과 지켜본 뒤 소송 제기 권고"

각종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먼저 작년 3월부터 9월까지의 기간 동안 550억원을 횡령해 이 중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100억원만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그러다 10월 1일 반도체 회사인 동진세미켐을 대기업이 인수하려고 한다는 허위 정보에 회삿돈 400억원을 증거금으로 미수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수거래를 할 경우 주식을 팔아 이틀 안에 미수금을 갚아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지자 이씨는 회삿돈 1400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려 미수금을 갚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횡령이 일어나는 범행 기간 동안 회사 곳간이 일정 기간 비어 있다가 다시 채워졌거나, 그 이후에는 회사 자본금의 대부분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 있었음에도 회사는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회사의 주가는 2020년 3월께 기록한 최저가 2만2800원에서 작년 8월께 16만6000원까지 올라갔다가, 횡령 공시로 올 1월 3일 14만2700원에서 거래정지된 상태입니다.
주주들은 이런 횡령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임플란트 1위 기업으로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성 등을 보고 투자했다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회사의 곳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고, 주가도 훨씬 더 낮은 가격에 형성됐을 겁니다.
조금 더 법적으로 풀어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을 산 사람들은 각종 매출지표, 이익 등이 기재된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등을 보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업보고서 등에 허위표시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런 경우 해당 주식 매수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입니다.
제162조(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배상책임)
① 제159조제1항의 사업보고서ㆍ반기보고서ㆍ분기보고서ㆍ주요사항보고서(이하 “사업보고서등”이라 한다) 및 그 첨부서류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그 취득 또는 처분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1. 그 사업보고서등의 제출인과 제출당시의 그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의 이사(이하 생략)
그런데 곳간이 비어 있다고 모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나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혹은 표시되지 않아야 하는데요. 이 때 중요사항의 의미에 대해서 대법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자본시장법 제47조 제3항)을 말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가령 횡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금액이 수억원이라면 중요사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 회사 직원의 횡령배임액이 자기자본의 5%이상일 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0년도 4분기에 이미 235억원(회사의 자기자본이 약 2000여억원 정도이므로 자기자본의 10%가 넘어가는 액수임)의 횡령사실이 확인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중요사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금액의 횡령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 부재로 중과실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중요사항으로 기재·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 배상책임을 면하기는 합니다. 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는 이모 씨의 횡령의 방법, 회사의 당시 내부통제시스템이 어떻게 갖추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겠습니다. 하지만 상장 회사가 어떻게 일개 직원이 수천억씩 횡령해도 이를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회사의 면책 주장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튼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했다고 합니다. 이제 주사위가 던져진 것 같습니다.
필자가 금융 전문 변호사인 저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주식을 매수한 분들이 주식거래정지가 돼 답답하겠지만, 차후 소송에서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봅니다. 이씨에 대한 형사사건 경과와 관련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여부·감리내용을 살펴보고 소송을 제기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