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얼굴을 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24살의 청년이라기보다 인생의 이치를 통달한 어르신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다독가'로 유명한 서민우는 평소 역사와 철학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강원이 힘겹게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뒤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사마천의 '보임안서'를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내공이 상당한 듯한 그는 17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 호텔에서 진행된 2022 K리그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서도 명언을 쏟아냈다.
2022시즌은 서민우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한 해'가 될 터다.
2020년 강원에 입단해 프로에 발을 들인 그는 데뷔 첫 시즌 정규리그 8경기를 소화했고, 지난 시즌에는 23경기(1골)에 출전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울산 현대를 상대로 프로 데뷔골을 터트린 데 이어 12월 대전하나시티즌과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선 도움 1개를 기록해 팀의 잔류에도 힘을 보탰다.
강원의 2군 격으로 K4리그에 참가하는 강원FC B팀에서도 6경기를 치른 서민우는 이제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기자회견에서 새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선수로서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선수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서민우는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들에서 찬바람, 비바람을 맞으며 성장하는 게 인생의 관점에서 볼 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훌륭한 뱃사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난이 있으면 견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지한 답변에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용수 강원 감독과 이정협은 익숙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서민우는 개의치 않고 '강의'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시즌 PO에서 팀이 힘겨운 잔류 경쟁을 하는 동안에도 배운 점이 있다고 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기교가 무력해진다"고 운을 뗀 서민우는 "그래서 압도적인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감독님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할 방법은 뭉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를 통해 더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최용수 감독은 "대학 교수님이 강의하는 것 같다.
독특한 캐릭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 감독은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히 책도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다던데 그런 점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축구다.
그걸 좀 이야기하고 싶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민우의 초점도 물론 축구에 맞춰져 있다.
"'좋은 선수'가 되는 것보다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서민우는 "감독님께서 '골키퍼 빼고 다른 포지션은 다 볼 수 있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말씀처럼 그 포지션을 다 맡을 수 있다면 정말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최 감독은 "지나가다 한 말인데 곧이곧대로 들었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우리 선수들 자랑을 좀 하자면 정말 축구밖에 모르는 것 같다.
그럴수록 내가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선수들이 참 착하다"며 대견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