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삼척 - 허은실 (1975~)
칼을 갖고 싶었지

고등어처럼
푸르게 빛나는

칼이 내 몸에 들어와

찔린 옆구리로 당신을 낳았지

바다가 온다
흰 날을 빛내며

칼이 온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문학동네) 中

포기할 게 많던 지난날에 유일하게 선택한 것, 시가 나의 무기가 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끝까지 쓰고 끝내 버릴 수 있는 것. 나는 아마 그런 것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빈 깡통처럼 시 쓰던 어느 날 모든 문장이 원망으로 향할 때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칼은 시가 아니라 저 자신이었던 거예요. 여러분은 누군가를 위한 어떤 무기였던가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