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5조원 순매도…연초 주가상승 '1월 효과' 실종
배당 차익거래·현선물 매도 차익거래도 부담
상장 임박 LG엔솔, '증시 자금 블랙홀' 우려…기관 9조원 순매도
국내 증시 주요 수급 주체인 기관이 작년 연말부터 주식을 9조원 이상 순매도하며 연초 하락세를 주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곳간' 덜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배당 차익 거래와 현·선물 매도 차익 거래도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 배당락일부터 계속 '팔자'…코스피·코스닥 내리막길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당락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천511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2조1천65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두 시장 순매도 금액은 총 9조4천161억원 규모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26%, 5.46% 하락했다.

연초 거래량 증가로 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1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기관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지난 12일 하루를 제외한 11거래일간 매도 우위를 유지하며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연말연시 기관 매도세는 금융투자가 주도했다.

12거래일간 금융투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6조1천424억원, 1조246억원을 순매도했다.

'큰 손' 연기금도 코스피에서 8천548억원을, 코스닥에서 1천51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순매도 금액은 2조5천349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도 이 기간 8만300원에서 7만7천300원으로 3.62% 하락했다.

또 SK하이닉스(4천937억원), 네이버(4천181억원), 카카오(3천922억원), 셀트리온(2천848억원), 크래프톤(2천764억원), LG화학(2천506억원), 위메이드(2천360억원) 등 대형주에 매도세가 몰렸다.

◇ "LG엔솔, 단기 수급 제약 '블랙홀' 가능성"
연초 기관의 강도 높은 매도세는 시장의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기업공개(IPO) 역대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임박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27일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0조2천억원에 달한다.

상장 후 시총은 100조원 안팎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총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 2∼3위 규모 초대형주다.

이에 코스피를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투자자들이 기존 포트폴리오 내 대형주를 팔고 LG에너지솔루션을 담을 가능성이 크다.

상장 임박 LG엔솔, '증시 자금 블랙홀' 우려…기관 9조원 순매도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코스피200 지수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조기 편입도 유력한 상황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단기적으로 코스피200 대형주 수급환경을 제약하는 '블랙홀'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며 "금융투자의 프로그램 현물 매도 공세도 LG에너지솔루션 물량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또 연초에는 연말에 배당을 받으려고 매수한 주식이 다시 차익 실현 매물로 나오는 경향을 보인다.

배당락일부터 이어진 기관의 매도 행진도 그 영향이 크다.

여기에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발생으로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매도 차익 거래 부담도 겹쳤다.

긴축 우려 등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은 국내에서 지난달 27일부터 3주간 코스피200 선물 3조2천6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선물이 저평가되자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기관은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매도 차익 거래에 나섰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워데이션은 금융투자의 매도 차익 거래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며 "미국 통화 긴축 우려와 대형 IPO를 앞둔 부동자금 증가는 차익 거래가 주가를 내리누르는 힘을 평소보다 강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수급 부담이 이어질 수 있으나, 이러한 수급 부담은 가격이 낮아지면 저가 매수 유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주가를 계속 하락시킬 악재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