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과일도 지나치면 안 돼…운동은 일상활동 무리 없는 수준으로
215만명.
국내에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을 뜻하는 '암 유병자'의 숫자다.
국민 25명 중 1명 꼴이다.
이제 암은 '남의 병'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 수명까지 생존한다면 암에 걸릴 확률은 37.9%에 이른다.
암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암 진단을 받은 후의 건강 관리도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등 건강을 기본부터 챙기는 것이 암 유병자의 일상 생활에 모범 답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골고루 먹으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든든히 섭취해야 한다.
채식을 하겠다며 고기를 배척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 "암 진단 후 채식하겠다고요? 고기 꼭 드셔야 해요"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5일 "암 유병자의 경우 운동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건강한 식사"라며 "암 진단 후에 고기를 아예 끊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고르게 먹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한 성인의 질병 예방과 암 환자의 완치 후 건강관리 등을 맡고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식품영양학 석사학위도 갖고 있다.
일부 암 환자들은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거나 채식을 시도하는 등 평소와 다른 생활을 하려고 시도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표준 치료에 따르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암 치료를 장기간 받으려면 체력 소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과도한 육류 섭취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암 환자는 다르다"며 "우리 세포는 단백질을 활용해서 대사하고, 항암 치료 중에는 에너지 대사가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단백질 섭취…끼니에 고기 반찬·생선 한 토막 정도
권장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1g 정도, 즉 체중 60㎏ 환자라면 단백질 60g이다.
이때 감안해야 할 것은 고기, 콩, 두부 중 단백질은 일부에 불과하며, 또 모두 흡수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즉 단백질 60g을 섭취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단백질 함유 식품의 양은 그보다 훨씬 많다.
대개 고기 100g을 먹었을 때 단백질 20g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하루에 단백질 60g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300g의 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고 단순히 300g의 고기를 한꺼번에 먹는다고 단백질 60g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대개 단백질은 한 번에 20g 정도만 흡수할 수 있고 나머지는 지방으로 남는다"며 "식사할 때마다 고기반찬이나 생선 한 토막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100g 정도를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고기를 꺼리고 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막연한 편견을 가진 이들도 있고, 입맛이 떨어져 고기가 당기지 않는다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하루 단백질 섭취량의 3분의 1 이상은 동물성으로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 '당뇨 우려' 과일은 적당히…운동은 적당한 강도로
단백질 섭취뿐만 아니라, 야채 섭취와 운동도 체력을 기르는 데 필요하다.
중요한 건 뭐든지 적당한 정도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야채가 몸에 좋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려고 애쓰는 건 곤란하다"며 "야채를 한 바구니 갈아서 먹기보다는 스스로 씹어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을 색깔별로 다양하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가급적 하루에 빨강, 노랑, 녹색, 보라색, 흰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의 야채와 과일을 섞어 먹는 게 좋다.
예컨대 녹색인 브로콜리와 빨간색인 파프리카, 보라색인 가지 등으로 다양하게 식단을 구성하면 된다.
단 야채보다 과일이 많아선 안 된다.
이 교수는 "과일은 작은 종이컵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며 "과일을 야채보다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함께 갈아서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 보면 암 환자가 5년 뒤에 당뇨병 환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국수, 빵, 떡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당뇨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제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운동 강도는 개인의 신체 상태에 맞춰야 한다.
운동하고 돌아왔을 때 누워있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운동을 마치고 나서도 활력 있게 움직일만큼 에너지가 남아있을 정도가 적당하다.
이 교수는 "운동을 노동처럼 해선 안 된다"며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돌아와서 스스로 밥을 차려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이 남아있게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