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년 연속 세터상을 수상하며 남자배구 간판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유광우는 2018-2019시즌 소속 팀 우리카드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는 노재욱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넘겨준 뒤 2019년 9월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유광우의 반대급부는 '현금'이었다.
유광우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는 듯했다.
유광우는 이적 후에도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그늘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유광우의 존재는 조금씩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한선수가 부상 이탈할 때마다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팀을 이끌었다.
유광우는 항상 한선수의 뒤를 든든하게 지켰다.
동갑내기 베테랑 세터 두 명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유광우는 핀란드 출신 젊은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35)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출전 시간이 더 늘어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 팀을 몰아붙였고, 팀은 선두 자리를 꿰찼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엔 대형 악재가 터졌다.
한선수가 경기 중 손가락 탈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큰 악재였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유광우는 노련하게 한선수의 몫까지 책임지며 팀을 지휘하고 있다.
유광우는 1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원정경기에서도 풀타임 출전하며 팀을 세트스코어 3-1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유광우는 체력 문제를 묻는 말에 "뛸 때는 모르겠는데, 경기 후엔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라며 웃은 뒤 "틸리카이넨 감독님은 선수들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한 뒤 훈련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관해선 "상대 팀 센터의 움직임을 보고 토스 방향을 선택하는 데 집중했다"며 "임동혁 등 공격수들이 잘 연결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한선수의 빈자리는 유광우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유광우는 "내가 출전해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한선수가 교체 출전해 경기 흐름을 바꾸곤 했었다"라며 "그래서 그동안 부담 없이 경기를 소화했는데, 지금은 (신인 세터) 정진혁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라며 "일단은 최대한 버티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선수의 복귀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당분간은 유광우가 홀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복 훈련에 신경 쓰고 있다"며 "잘 먹고, 잘 자면서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