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탐정' '고양이 탐정'으로 홍보하지만 노하우 없어
전단지 배포·경찰 신고 등 일반인과 유사한 과정 진행

실종 반려견을 찾아주겠다며 30명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일명 '강아지 탐정'이 공분을 사고 있다.

피의자는 실종견을 찾는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2개월 내 못 찾으면 환불하겠다며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가족처럼 아끼는 개를 찾을 수 있다면 비용은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사기극인데, 실종 동물 전문가라는 말을 피해자들이 믿은 것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끝까지 추적해 찾아낼 수 있는, '강아지 탐정' '고양이 탐정'이라 부를 만한 전문가가 실제로 있을까?
비용을 내고 잃어버린 반려동물 찾는 일을 맡길 수 있는 곳은 많다.

우리나라에서 실종자 소재 파악이나 정보 수집을 대행해주는 사설탐정사무소 개설이 가능해진 건 오래지 않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탐정업'을 금지해오다, 2020년 8월 개정된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금지 규정이 사라지면서 '흥신소' '심부름센터' 간판을 달고 음성적으로 해오던 민간조사업무(탐정업)가 전면 허용됐다.

이후 탐정사무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국에 수천 곳인데, 실종자뿐만 아니라 실종 반려동물을 찾는 일도 한다.

문제는 얼마나 잘 찾을 수 있느냐다.

실종 동물 관련 의뢰를 받는 탐정사무소들을 취재한 결과 반응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사람을 찾는 일은 탐문 탐색이 가능해 나름의 노하우가 있지만 실종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탐정도 의뢰인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매뉴얼에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C탐정사무소 소장은 "탐정업을 한다고 해서 (실종 동물을 찾는 데) 더 뛰어난 노하우나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배우자의 외도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땐 당사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추적하면 결과가 나오지만 잃어버린 강아지는 유기견센터를 뒤지고 경찰이나 119 신고를 체크하는 등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는 거밖에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실종 동물을 찾아달란 의뢰는 선뜻 응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대신 의뢰를 받으면 먼저 경찰과 119 신고, 주변 수색, 전단지 배포, 유기견센터 체크 등 매뉴얼을 일러줘 의뢰자가 직접 찾을 수 있게 안내부터 한다고 했다.

R탐정사무소 소장은 "몇 차례 찾아준 적이 있지만 사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경찰과 119에 신고부터 하고 강아지 신상을 A4 용지에 써서 200장 정도 붙였다"며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의뢰자와) 똑같으니까 직접 하라고 방법을 가르쳐 준다.

반은 찾고 반은 못 찾기 때문에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에게 의뢰해도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M탐정사무소 소장은 "의뢰가 제법 들어오는데 직접 나서기보다 방법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의뢰자가 진짜 원하면 같이 협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같이 노력하는 거지 100%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다만 실종 동물 찾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기 때문에 실종 직후 주변에 열심히 알리고 부지런히 찾아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최소한 실종 후 2~3일 안에는 요청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S탐정사무소 소장은 "실종 후 2~3일이 골든타임인데 놓치면 힘들다.

하루 만에 오면 고마운 일"이라며 "반려동물 찾는 건 사람 찾기보다 어렵다.

어지간하면 어디 어디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직접 나서는데 유기견센터에 등록하고 전단지 빨리 뿌리고 사례비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이쁘면 100~200m 이내 분들이 데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종된 지 오래된 동물일수록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강아지 탐정'을 사칭한 피의자는 피해자들에게 '실종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고 실종 후 6개월 된 강아지도 찾아봤다'고 이력을 자랑했는데, 실제 전문가들의 조언에 비춰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종 동물 찾는 일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탐정사무소에 맡기는 비용은 성패 상관없이 투입 인력의 일당이 기준이다.

보통 2인 1조로 움직이는데 하루에 50만원 선이라고 했다.

정리해 보면 실종자 추적이나 정보 수집에 능한 탐정도 실종 동물을 찾는 데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는 것 외엔 달리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종 동물 전문 탐정을 자처할 수 있고 실제 성공 확률이 높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타당성이 있는지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돈만 주면 거의 100% 찾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거나 더 기다려달라고 시간을 끄는 경우는 의심해봐야 한다.

대한공인탐정협회 총괄이사인 강정석 대한탐정원장은 "실종 동물 찾는 일은 우리가 해도 똑같다.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뢰를 할 때는 먼저 돈부터 주면 안 된다.

어떻게 찾을 계획인지부터 물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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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